SK그룹 계열분리 어디까지… 사촌간 지분정리 순조롭게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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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家의 사촌형제간 계열분리 현실화되나?'
최태원·재원 형제(고 최종현 회장 직계)와 최신원·창원 형제(고 최종건 회장 직계)간 지분 정리와 계열사 간 사업구조 개편이 착착 진행되면서 SK그룹의 계열분리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24일 발표 예정으로 알려진 SK㈜의 임원인사를 통해 '사람 정리'까지 이뤄질 전망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와 소버린 간의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던 2003년 말부터 제기된 계열 분리설은 △SK㈜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하는 최태원 SK㈜ 회장측의 에너지·통신그룹과 △SK케미칼 SKC를 중심으로 하는 최신원 SKC 회장측의 바이오·화학그룹으로의 계열분리가 골자다.
◆착착 진행되는 지분 정리
23일 SK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최창원 SK케미칼 부사장은 지난달 말 워커힐호텔의 지분 전량(2.23%)을 매각하며 그 중 절반가량을 최재원 SK E&S 부회장에게 팔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최재원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하던 SK케미칼 지분 전량을 최창원 부사장에게 매각,최 부사장은 최태원 회장을 제치고 SK케미칼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11월에는 SK케미칼이 SK㈜의 지분 200만주를 매각해 지분율을 3.38%에서 0.83%로 낮추는 등 사촌형제간 지분 정리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지분 교통정리'는 지난 2003년 8월 최태원 회장이 SKC 지분 2.27%를 장내 매각하며 시작됐다.
이후 최태원·재원 형제는 SKC와 SK케미칼에 대한 지분율을 꾸준히 줄여왔다.
동시에 최신원·창원 형제는 계속 지분을 늘리고 있다.
LG그룹과 비슷한 형태로 사촌형제간의 합의 아래 자연스럽게 분리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SK케미칼·SKC "우리도 그룹"
SK케미칼 관계자는 "최근 회사 내에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전담팀이 만들어졌다"며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올해 안에 SK케미칼이 완전한 '소그룹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화학 제약 등 핵심사업만을 남기고 나머지 사업부문은 모두 분사시켜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작업은 이미 시작돼 SK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유화사업부문을 분사시켜 SK석유화학을 설립했다.
SKC도 같은 달 비디오테이프 등을 만드는 미디어 사업부와 2차전지 사업부를 떼어냈다.
SKC는 특히 분사시킨 2차전지 사업(SK모바일에너지)을 SK㈜로 넘겨 양측 간 사업구조 정리에도 나섰다.
SK그룹 관계자는 "두 회사가 별도의 지배구조를 구축해 최신원·창원 형제의 회사 내 입지와 이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두 회사와 SK케미칼의 자회사인 SK건설이 SK그룹이라는 '든든한 지붕'에서 벗어나 단기간에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장 분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사촌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소지를 없애자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K㈜ 임원인사가 분수령
SK의 계열분리는 이르면 24일로 예정된 SK㈜의 임원인사를 통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난 최태원 회장이 2년 만에 소신껏 인사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 인사와 이에 따른 계열사 후속인사에서 최재원 부회장에게 다시 그룹 내 핵심 역할을 맡기고 최창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양측의 역할분담이 이번 인사를 통해 더욱 확연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