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두산 관광을 위해 북한에 50억원어치 공사 자재를 제공했다가 감독 소홀로 허공에 날렸다. 통일부는 20일 북한에 백두산 삼지연 활주로 보수와 도로 추가 포장을 위해 피치 8000t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48억원 규모로 이미 지난해 시범 관광 실시를 조건으로 50억원 상당의 피치 8000t과 부자재를 제공한 후 시범 관광은 시작도 못 해보고 다시 자재를 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통일부는 "활주로 공사가 잘못돼 비행기 이착륙도 불가능한 상태"라며 "관광객들의 안전이 우선인 만큼 북한측 요청에 따라 다시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세금으로 이뤄진 남북협력기금을 허술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감독 소홀 책임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피치를 줄 때 합의서에 '도로포장용'이라고 명기했지 활주로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도로보다 활주로 공사가 우선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북한이 피치를 활주로 포장에 쓸 것을 알면서도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날린 돈도 돈이지만 백두산 시범 관광도 올해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