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앓던 농사꾼, 건강酒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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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힘든 농사일을 하며 술을 많이 마시다보니 몸도 많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내 손으로 몸에 좋은 술을 꼭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었지요."
대전에서 금산 추부면으로 넘어가는 오지에서 농사를 짓던 전형적인 시골 농사꾼 조남기씨(67).
동네에서 알아주는 주당이던 조씨는 10여년 전 술병을 얻어 건강이 나빠지자 '몸에 좋은 술을 만들고야 말겠다'고 작심한다. 그때부터 그는 대전시내 대형 서점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며 술과 약초에 관한 전문서적을 닥치는 대로 독파하는 한편 전국의 약주를 사다가 나름대로 장단점을 분석해나갔다.
"남들이 손대지 않은 독특한 아이템을 찾아야 사업이 되고 사업이 돼야 널리 보급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인삼 복분자 오갈피 상황버섯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초로 만든 건강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전통 한의학서는 물론 중국 약학대전 등 중의학 서적까지 샅샅이 뒤진 조씨는 수많은 약초 중에서 새 보약주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약재가 두충이라고 판단했다.
고대 의약서에 나와있는 두충의 효능은 그야말로 만병통치였다.
발기부전 양기부족은 물론 관절염 신경통에 특효가 있다고 기록돼 있었다.
"특히 두충을 그냥 달여먹는 것보다 술로 담가(浸酒) 먹으면 약효가 10배가 된다는 의서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마침 대전 인근에서 친한 친구가 두충농장을 운영하고 있어 재료를 구입하기도 쉬웠다.
두충에다 약효를 더하기 위해 솔잎과 계피를 첨가해 제조한 두충주가 처음 선보인 것은 2000년 6월.그 사이 관련 특허도 따냈다. 식약청과 대전대 한의대 등에 의뢰,동물실험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도 검증받았다.
작년에는 까다로운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정력증강 혈액순환증진 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는 인증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입소문으로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한 두충주는 연간 5만병 정도 팔려 약 3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씨는 약재를 자급자족하기 위해 3000여평에 달하는 두충농장도 직접 조성했다.
2년 이상 숙성된 1000ℓ짜리 원액저장탱크 10기가 들어선 200여평 규모의 공장도 마련했다.
소량이지만 군납도 들어가고 러시아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에도 DHL을 이용해 주문수출을 하고 있다.
매출의 50~60% 정도는 효험을 체험한 단골들이다.
조씨의 서재에는 두충주를 복용한 후 건강이 좋아졌다는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대전시내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윤석훈 신경외과 전문의(57)는 "신경통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택시회사를 운영하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후유증에 시달려오던 대전시 서구 삼천동의 여성경영인 서순옥씨(59)는 "회복에 좋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작년에 대전시의 '지역대표 선물상품'으로 선정되면서 전국적으로 얼굴알리기에 나섰다.
조씨는 "최근 유통전문 회사에 의뢰해 대리점 계약을 시작했다"며 "서울을 비롯 주요 도시의 음식점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해외 수출길도 본격적으로 모색해볼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적인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동양의학이 점차 각광받는 추세이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건강명주로 키워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042)274-6599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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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주사업 성공하려면... ]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의 전통 약술을 상업화한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철저한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소비자 수준이 높아졌고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만큼 약재의 성분과 성질,양조에 관한 기본 지식에 이르기까지 전문서적을 철저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집에서 담가 먹던 전통주는 대부분 약효는 있을지 몰라도 맛과 향 투명도 등이 떨어집니다.
상업화를 위한 관건은 바로 맛 향 색깔을 얼마나 잘 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저온(여름 15~20도,겨울 10도)에서 천천히 오랜 기간 숙성시켜야 합니다.
한 가지 재료를 사용하는 단방약술보다는 두 가지 이상 약재를 쓰는 복방약술이 효능면에서 우수합니다.
양질의 신선한 약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재료 조달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선 가감 없는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이웃 및 친구로부터 맛과 효능을 철저하게 검증받은 뒤 외지시장을 개척하는 게 순서입니다.
향토에서 성공해야 전국에서 통하고 전국에서 통해야 해외에서도 먹힙니다.
/조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