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길에 북한 경제를 이끌고 있는 실세들을 대거 대동해 눈길을 모은다. 수행원은 박봉주 내각 총리,강석주 제1부상,박남기·리광호 노동당 부장,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이다. 이들 중 강 제1부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경제 브레인들이다.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 공식 등극한 이래 이뤄진 세 차례 방중에 동행한 경제분야 관련 인사는 2004년의 경우 박봉주 총리와 연형묵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2005년 사망),2001년에는 연 전 부위원장,박송봉 전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2001년 사망) 정도였고 2000년에는 전무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이 경제학습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박 총리는 2004년 4월 김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별도로 베이징의 모범 농촌마을인 팡산구 한춘허를 방문할 만큼 경제분야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 부총리와 리광호 노동당 과학교육부장이 수행원에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로 부총리는 작년 12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 해상에서 원유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리 부장은 김 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과학기술 발전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김 위원장이 이들을 데리고 선전 광저우 등 중국 개혁 개방의 1번지를 둘러본 것은 이들 모델을 북한 실정에 맞게 적절히 벤치마킹해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직접 들른 기업도 중국에서 첨단 기술로 승부를 거는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첨단 의료장비 업체인 마이루이,레이저가공 설비업체인 다쭈레이저 등이었다. 첨단 IT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홍콩 기업가가 세워 기계농법을 실현하고 있는 농업현대화 전문기업인 둥성농장을 찾은 데선 먹거리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