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리는 매출이 한 달에 1억원 이상 됩니다. 1년이면 12억원이 넘지요. 비결이요? 따로 없어요. 고객명단 노트 다섯 권에 적힌 2000명의 단골이 저의 자산이지요."


잘나가던 음악학원 원장 출신으로 서울 강남의 최고 룸살롱 대마담이 된 한연주씨(46).그가 룸살롱 업계의 생존 방식과 마케팅을 공개한 책 '나는 취하지 않는다'(도서출판 다시)를 펴냈다.


그는 12~15명의 아가씨와 3명의 '새끼마담'을 거느리고 있지만 손님이 넘치면 다른 마담의 아가씨를 빌린다.


단골들은 보통 월 2~3회부터 1주일에 서너 번 오는 사람까지 있다.


그 중 VIP급은 특별히 대접한다.


술값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


유쾌하고 통크게 돈 쓰는 '호남형'은 인기지만 다짜고짜 '신고식'부터 시키거나 손버릇 나쁜 사람은 '밥맛'이다.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지위가 높을수록 이런 부류가 많다.


아가씨를 범인 다루듯하는 검사도 질색이다.


그의 마케팅 비결은 남다르다.


길거리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돌리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행동.그는 처음부터 '빌딩타기'에 공을 들였다.


업소를 홍보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는 것이다.


때로는 홍보물로 양주 한 병 무료제공권과 지포라이터를 선물한다.


다음날 꽃을 보내고 적당한 시간을 봐서 전화하면 효과 만점이다.


나중에는 어디 땅 파는 곳이 있다 하면 무조건 달려 갔다.


빌딩 건축현장은 접대 수요도 많은 곳.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그만의 '블루오션 전략'을 폈다.


그가 들려주는 '룸살롱 경제학'도 재미있다.


'일급'은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를 갖춘 아가씨 100명 이상이 있는 룸살롱을 말한다.


강남에 이런 곳이 50~60군데 있다.


규모가 큰 곳은 매출이 연 수백억원을 넘으니 일종의 기업이다.


그의 인생도 드라마틱하다.


의사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라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학원 원장이 됐지만 준공검사가 나지 않는 건물에 잘못 투자해 학원을 날린 뒤 빚을 갚으려고 룸카페 피아노 연주자로 출근하다 월급마담이 됐다.


그의 얘기는 곧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