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주 < ㈜이롬회장 lcc@erom.co.kr > 폐암 진단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병원 치료와 항암 면역요법을 성실하게 병행해서 암이 사라졌다는 통보를 받은 환자의 표정은 환희 그 자체였다. 그 환자는 항암제를 맞으면서도 정기적으로 등산을 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철저한 자기 관리로 투병의 의지를 불태웠다. 암에 대한 공포가 있을 때마다 산을 타며 체력관리는 물론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는 무용담을 들을 때마다 "불치의 병은 없다. 다만 불치의 사람이 있을 뿐이다"라는 예일의대 외과 주임교수 비니 시겔 박사의 명언이 생각난다. 암 수술 이후 재발의 공포 때문에 병원문을 두드렸던 환자들이 치료 후에 몸의 회복은 물론 밝은 표정과 자신감을 되찾는 등 정상적인 삶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특히 말기암으로 고통을 당하며 찾아온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소망을 주며,자신이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확신은 철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자신의 미래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한계를 가진 필자로서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사실 암 환자는 한 케이스도 쉬운 게 없다. 그들 수준의 아픔을 가져야만 정말 간절한 기도가 나오기 때문에 중립적인 위치에서 그들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항상 최상의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러한 아픔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있음이,종말론적 삶을 깊이 인식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큰 은혜가 되기도 한다. 항상 가난한 심령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얽매여 스스로 노예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예상치 못했던 일에 끌려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의 신앙과 인격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로 스케줄이 꽉 차 있는 허망함이란. 홍수가 나고 지진이 나고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고 비행기가 떨어지고 바다가 오염되고,아무개가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그 다음에 구속되고,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많은 사건 속에 인간의 추악한 면들이 속속 드러나고 그러한 일에 흥분하고 정신을 뺏기는 일이 또 얼마나 허다한가. 그렇지만 그런 일에 사사건건 흥분하고 주먹 쥐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내가 은혜받고 내가 변화되고 내가 치료되고 내가 회복되느냐'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누구도 5분 후의 일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