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KAIST 총장 "황우석 사태는 한국과학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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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이 (황우석 교수 사태로 인해) 외국 과학계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있던데 왜 그런 나약한 생각을 합니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15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 논문 조작 사태와 관련,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불이익을 당할 일은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과학계와 과학자들이 이제 보다 강해져야 한다"며 "이 사건을 빨리 잊고 과학 본연의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과학계를 지망하는 후배와 후손들에게 더 이상 실망감을 가져다 주지 않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러플린 총장은 황 교수 사건은 한국 과학기술을 오히려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고 1년 이내에 한국인들은 이를 모두 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플린 총장은 "이른 시간 내에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와 과학계가 마치 신체는 다 자랐으나 정신적,감성적으로는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 같은 느낌이 든다"며 "황 교수 사태도 이러한 측면에서 진정한 어른(선진국)으로 가는 하나의 단계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경험들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연구 검증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진정한 과학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실패한 줄기세포 생산에 대한 희망도 없애지 말고 지속해야지요."
그는 "실험을 재연할 수 없거나 재생산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과학적으로 성과를 낸 것이 아니다"라며 "과학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바로 이러한 재연성"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껏 한국과학계는 이런 과학의 대원칙에 소홀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러플린 총장은 한국의 과학계가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세계 저명 저널을 지나칠 정도로 믿는 풍토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사이언스와 네이처 외에도 분야마다 우수한 많은 저널이 있다는 것. 특히 사이언스의 경우 게재되는 논문들에서 오류나 조작이 있을 수 있고 편집자의 의도대로 논문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황 교수가 왜 논문을 조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황 교수가 추구한 세계 1등 정신은 역설적으로 배울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의 과학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충격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훌륭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러플린 총장은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