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국회 들어 의원 발의 법안이 급증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법률 제·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려는 의욕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지만,입법실적을 올리기 위한 '한건주의식 졸속 발의'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가결률이 지난 15,16대국회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게 이를 반증한다.


양에 비해 질은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입법 현황=15일까지 1년반 남짓 동안 국회에 제출된 의원 발의 법안은 모두 2865건이다.


이는 16대 국회 4년간 발의된 1912건을 훨씬 넘는다.


15대 1144건의 2.5배 정도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난해 1월1일부터 12월7일까지 조사한 입법 실태에 따르면 의원 1명 평균 발의는 5.7건이다.


15대 때는 3.8건이었다.


17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의원 발의 급증은 의원들의 입법의지 때문이기도 하지만,입법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정부 입법은 입법 예고와 법제처 검토,당정협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


의원 입법은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졸속 입법 우려=입법실적을 올리기 위해 내용은 크게 바꾸지 않고 문구 몇 개만 고쳐서 제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른 의원이 제출한 법안과 내용이 유사한 경우도 많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사건이 터지자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8건이나 제출됐고 학교급식 파동 때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6건 발의됐다.


국회 재경위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43건,소득세법 개정안 26건,부가가치세법 개정안 9건,법인세법 개정안이 8건이나 계류돼 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의원들은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 적용시한을 연장한다는 같은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을 잇달아 제출했다.


또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1가구2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50% 부과한다는 똑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그 중에는 같은 당 의원들 간에 사전 조율 없이 제출된 법안도 적지 않다.


가결률은 크게 줄고 있다.


'졸속 제출'이 많다는 얘기다.


17대 국회 가결률은 15.25%에 불과하다. 15대 때 40.30%,16대 26.88%보다 훨씬 낮다.


의원 입법 가결률은 정부 입법(15대 81.66%,16대 72.44%,17대 43.17%)에 턱없이 못 미친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의원 발의가 급증하지만 가결률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 부처의 민원성 입법도 있다.


지난해 말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검·경 출신 의원들이 검찰과 경찰의 입장을 반영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잇달아 내놨다.


특히 일부 의원들이 상반된 내용의 형소법 개정안에 중복 서명,'양다리 걸치기' 논란도 일었다.


홍영식·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