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온스당 550달러를 상회함에 따라 재테크 시장에서 금 적립 상품 등 골드 뱅킹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새해 들어 국제 금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또 아시아 지역의 재테크용 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국제 금값을 부추기고 있다. 오래 전부터 아시아 국민들은 금을 부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특히 중국과 한국에서 이런 경향이 심하다. 이 밖에 재테크 시장에서 금과의 대체성이 높은 부동산 시장이 세계적으로 주춤거리고 있는 것도 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국제 금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금 관련 전문적인 예측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위험 수위를 넘은 점을 감안하면 달러화 가치의 약세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돼야 어느 정도 적자 축소가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 금값의 상승으로 대내외 금융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골드뱅킹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골드 뱅킹이란 각종 금융회사들이 금과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고객을 상대로 팔고 사는 행위를 말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골드 뱅킹이 활성화된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들어 단순한 금 계좌와 금 대여 상품보다는 금스와프 금선물 등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추세다. 반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금 계좌와 금 대여 상품을 중심으로 골드 뱅킹이 활성화되고 있어 선진국과는 대조를 이룬다.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골드 뱅킹을 도입한 시기가 늦었던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부동산의 대안 투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금 적립상품은 말 그대로 금을 구입해 통장으로만 적립해 놓았다가 원할 때 되파는 재테크 상품이다. 비과세이지만 매입할 때와 매도할 때 각 1.2%씩 모두 2.4%의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금값이 그 이상 오르면 수익이 발생한다. 시중은행 가운데 골드뱅킹 업무를 가장 먼저 도입한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73명에 불과했던 금적립 상품 구매자가 금값이 2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12월에는 214명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현재까지 모두 77명이 금을 구입해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 적립량도 지난해 12월부터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앞으로 정부는 골드뱅킹 업무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현재 시중은행들이 외국에서 금 수입시 부담이 높은 관세를 면제해 주는 등의 혜택으로 밀수 금과의 가격차를 줄여 주고 까다로운 회계 기준을 대폭 손질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들도 변화가 심한 국제 금값의 특성을 고려해 선진국처럼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다양한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판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도 금과의 대체성이 높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대안 재테크 수단으로 골드 뱅킹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국제 금값이 모든 상품가격 가운데 가장 변화가 심하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