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 현대경제연구원장 > 정부의 새해 화두는 양극화 해소다. 경제는 2003년 이래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소득격차로 인한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문간의 균형있는 성장은 국가의 힘이요 이상이다. 기업간ㆍ지역간ㆍ계층간 격차는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파괴한다는 것은 온 국민이 동의하며 염려하는 점이다. 양극화의 원인을 보자.혹자는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대기업의 횡포에 기인한다고 설명하나 이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지난 3년간 우리 경제는 수출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민간소비와 투자가 바닥을 헤매다 보니 내수관련 기업,그 중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는 반면 수출관련 대기업들은 전에 없던 호황을 맞았다. 예전 같으면 내수경기가 부진하면 대ㆍ중소기업 모두 불황에 빠지는 것이 보통이나 지금 우리 대기업들은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내수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수출호황이 내수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은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나 전자, 통신 산업 등의 국내 산업연관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해외로부터의 아웃소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의 침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많은 자영업자와 산업내 산업구조의 변화가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양극화는 우리 산업구조의 문제이며 침체된 내수경기가 문제이지 수출기업이나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양극화의 해법에 대한 시각도 사뭇 다르다. 기업간ㆍ산업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도움과 대기업의 양보를 강조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중소기업 스스로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해야 할 몫이 있다지만 스스로의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가장 우선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로 공장을 옮기거나,글로벌 아웃소싱을 확대해가고 있다. 소득격차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이다.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국가재정을 통한 재분배나 복지제도의 확충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되지 못한다. 최근 독일이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재정이 파탄나고 10%가 넘는 실업률로 고생하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교수는 "'파이'를 나누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그러나 '파이'를 키우는 일은 어렵지만 국가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정부의 과제인 '소득 양극화 해소'나 작년부터 추진해 온 '일자리 만들기'의 해법은 자연스레 투자 활성화로 집약된다.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수준을 높이는 것이 바로 양극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다. 지금같이 가계부채와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에서의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은 한계가 있다. 이럴 경우엔 경기선순환의 시발점을 기업의 투자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우선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는 미래에 대한 경제적ㆍ정치적ㆍ사회적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시장중심 경쟁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경제가 선순환구조를 회복할 때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