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1] 어제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간신히 980원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약 달러가 기조적인 추세라면 환율하락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성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환율하락에 대한 사고의 전환,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기자] 환율하락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기 보다는 득실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원화가 강세면 당장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보면 수입단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살림살이는 풍족해 집니다. 예를들어 1달러짜리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지난해말에는 원화 1,010원을 지불했지만 이제는 980원만 지불하면 됩니다. 그 만큼 수입물가가 떨어지는 것이고 이경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질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소비회복에 도움에 됩니다. 또 지금같은 환율에 해외에서 설비를 수입할 경우 투자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욕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내수 침체와 투자 부진이라는 점에서 환율하락은 긍정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화강세의 효과는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앵커2] 하지만 수출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만... [기자] 중소기업들은 환율 손익분기점이 1,050원~1,100원이고 950원 아래도 내려가면 생산을 아예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현재 환율은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도는 수준으로 이미 내려와 있습니다. 하지만 원고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어차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면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우려하며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따라 정부는 이미 한계기업과 육성기업을 구분해 한쪽은 과감히 퇴출시키고 나머지 한쪽은 과감히 지원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또 기업이 해외 투자를 하거나 개인이 해외 부동산이나 주식을 살경우 훨씬 싼값에 살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앵커3] 환율하락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하락의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닙니까? [기자] 최근 외환시장의 문제점은 환율하락의 폭과 속도가 지나치다는데 있습니다. 이경우 너도나도 달러를 내다파는 투매현상이 벌어지고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달러하락이 가속화됩니다. 다분히 심리적인 싸움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점에서 최근 정부의 대책은 미숙했다는 지적이 거셉니다. 지난주 환율이 1천원을 뚫고 급하게 내려가자 정부는 환율안정대책을 급하게 내놨습니다. 이른바 1.6 환율안정대책 핵심은 해외 투자와 부동산 취득을 자유화해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퍼 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약효는 단 하루만에 끝나고 이번주초 980원 마저 무너졌습니다. [앵커4] 정부의 구두개입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입니까? [기자] 개입 시기를 놓친데다 내용면에서도 전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연말 미국 금리정책에 변화가 감지됐음에도 정부는 선제적인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최근에는 달러투매라는 긴급한 상황에 접어들었는데도 장기 처방을 내놓아 시장참여자를 어리둥절하게 했습니다. 해외 직접 투자를 자유화하고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를 넓히는 조치는 장기적인 대책이지 단기처방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번 환율대책은 지난 2002년에 수립 발표된 '외환자유화 계획'을 이름만 바꾼 것이었습니다. [앵커5] 어제는 다행히 환율하락이 진정됐습니다. 정부 개입이 효과를 본 것입니까? [기자] 어제 권태신 재경부 차관은 "최근 환율하락의 폭과 속도가 지나치다"며 적극적인 개입의지를 밝혔습니다. 또 "올해 외국인 배당수요가 50억달러로 추정되고 해외부동산 취득도 10억달러 정도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달러수요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환율하락은 정부 개입이 효과를 봤다기 보다는 전날 엔달러 환율이 상승반전한데다 그동안 계속 너무 많이 떨어진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실제 권태신 차관도 "우리 통화뿐 아니라 일본ㆍ대만ㆍ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시인했습니다. 약 달러가 기조적인 추세라면 적기에 효과적인 개입이 필수입니다. 그 점에서 정부의 환율대응은 미숙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관심은 오늘 환율의 움직임입니다. 엔달러가 보합상태이기 때문에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이에따라 정부는 오늘 아침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환율급락을 막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시장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됩니다. [앵커6] 환율하락의 양면성과 함께 정부의 환율대책의 문제점 까지 짚어봤습니다. 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