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과 강일지구 등 공공기관이 조성하는 일부 택지가 8·31대책으로 도입된 원가연동제나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한국토지공사나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토지수용 방식으로 택지를 개발하더라도 도시개발사업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심한 '공공택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SH공사는 은평뉴타운도 공공택지라며 분양권 전매제한 등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혼선까지 빚어져 청약 대기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현행법 '뉴타운 공공택지 아니다'


은평뉴타운과 강일지구 등 도시개발사업은 공공기관이 토지를 전면 수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공공택지 조성사업과 형태가 유사하지만 현행법에서는 공공택지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이란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주거단지나 복합단지 등을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와 유사한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해 개발하며 토지매입은 택지지구처럼 땅을 전면 수용하거나 개발 후 지구 내 땅 또는 건물로 보상하는 환지(換地)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현행 주택법(제2조)에 따르면 공공택지는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택지개발 사업,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사업,산업단지개발사업 등 크게 세 가지로 한정돼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도시개발사업 방식으로 조성하는 수용부지를 공공택지로 봐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는 "공공기관이 토지를 전면 수용해 조성하는 사업이 공공택지로 분류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시개발사업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여서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 간 혼선은 상당한 후유증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시개발사업으로는 은평뉴타운 외에 강동구 강일도시개발구역,강서마곡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토지공사도 성동구 행당동 일대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건교부도 최근 경북칠곡 북삼지구,전주 효천지구 등에 각각 20만평이 넘는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했다.



◆청약 대기자들 혼선 우려


더 큰 문제는 이들 사업장이 공공택지냐,아니냐에 따라 청약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데 있다.


8·31 대책으로 강화된 분양가상한제,채권입찰제,전매제한 등은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의 경우 SH공사측은 공공택지라는 전제 하에 이미 지난 2004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1지구만 청약규제 대상이 아닐 뿐 사업시행인가 시점이 늦은 2지구나 3지구는 분양가상한제나 채권입찰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도 2,3지구 원주민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1지구 물량에 특별공급분을 신청할 태세여서 자칫 1지구에서는 일반분양 물량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은평뉴타운이 공공택지가 아니라면 입주까지만 분양권 전매제한을 받을 뿐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SH공사 분양팀 관계자는 "만약 공공기관이 수용한 부지가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분양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커 공사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택지의 기준과 범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공법 연구단체 한국도시개발연구포럼 전연규 대표는 "이미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택지공급 물량은 줄어들고 도시개발사업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공공기관이 토지수용 방식으로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도 공공택지에 포함시켜야 청약관련 규제 등에서 형평성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