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27
수정2006.04.08 19:35
복권의 역사는 기원전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도시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 발행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성행하는 '로토(Lotto)'라 불리는 전자식 복권도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일찍이 1530년에 발행됐다.
로트(lot)는 '제비뽑기'와 '운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복권당첨은 처음부터 '운'과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복권은 조선시대 후기의 '산통계(算筒契)'를 그 효시로 친다.
계원들이 일정한 날을 정해서 곗돈을 낸 다음 통 속에 알을 넣고 흔들어 뽑힌 사람에게 많은 할증금을 주는 것이다.
곗돈을 탄 계원은 도망하기도 하는데,이 경우 계를 유지하기 힘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산통깨다'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건국 후 최초로 발행된 복권은 1948년 런던올림픽대회의 참가비를 조달하기 위한 올림픽복권이었다.
이어 이재민 구호와 산업부흥자금 및 사회복지자금 마련을 위한 후생복표와 애국복권 등이 속속 발행됐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복권이 발행된 것은 1969년에 선보인 주택복권이 처음이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하는 방송추첨 멘트와 함께 우리에게 익숙했던 주택복권이 오는 4월 아예 없어진다는 소식이다.
'인생역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로또'에 밀려 설 땅을 잃었기 때문이란다.
특히 주택복권은 오랜 기간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안겨주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복권에 대해 남다른 감회를 느끼지 않나 싶다.
뭐니뭐니해도 복권은 적은 돈으로 고액의 당첨을 기대하고 아울러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오락이다.
행여나 하는 심정에서 과도한 투자를 하는 사행심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레저인 셈이다.
복권 한장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황된 꿈을 꾸기 보다는,발표날까지 가슴을 설레면서 작은 '희망'을 걸 수 있는 복권들이 다양하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