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유전자치료제가 세포치료제와 더불어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10년까지 5개의 유전자 치료 신약을 만들어 바이로메드를 시가총액 1조원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서울대 벤처 1호 기업으로 최근 코스닥에 상장돼 화제를 모은 바이로메드의 김선영 대표(52·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유전자 치료는 인체 내에 유전자를 주입,손상된 유전자를 대체시켜 난치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기술. 김 대표가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유전자 치료제 신약만 4개로 웬만한 제약회사들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허혈성 족부질환 치료제 'VMDA-3601'은 삼성서울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 2단계 시험이 진행 중이며 오는 2008년께 국내 유전자 치료제 1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아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VM-501'은 중국에서 올해 임상 3단계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외에 관상동맥질환 유전자 치료제 'VM-202'와 만성육아종 치료제 'VM-106'도 올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대표는 "코스닥 상장은 '시작의 끝'일 뿐"이라며 "이제는 신약개발을 통해 도약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원래 유전자 치료가 아닌 에이즈 바이러스를 연구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에이즈 바이러스 연구로 박사학위도 받았다. 그러나 1992년 귀국 후 서울대 교수로 일하면서 한국에 에이즈 감염자가 적은 것을 알고는 유전자 치료제 연구로 길을 돌렸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유전자 치료제의 전달체로 사용하면 보다 손쉽게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김 대표는 1996년 대학원생 제자 2명과 함께 연구실 한 귀퉁이에 사무실을 내고 바이로메드를 창업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유전자 치료제를 연구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국내 제약회사 7~8군데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유전자 치료제 신약을 어떻게 한국 벤처기업이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이유 때문이었죠." 바이로메드는 오히려 일본에서 주목받았다. 일본 제약업체 다카라바이오가 지난 2000년 바이로메드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66억원을 투자한 것. 연구개발자금을 마련한 김 대표는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해 VMDA-3601,VM-501 등 신약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국내 제약업계와 바이오벤처 업계를 놀라게 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일본 모 대학과 유전자 치료 항암제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유전자 치료와 같은 첨단 연구분야에서 2등이란 의미가 없다"며 "우수한 연구인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의 거대 생명공학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