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비상등 켜진 급속한 환율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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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환율이 8년2개월 만에 달러당 970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이 겨우 소생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지나 않을지 정말 걱정이 크다.
특히 최근 환율하락세는 외환당국이 적극 대응하고 있음에도 마치 이를 비웃듯 계속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당국은 지난 주말 외환유출 촉진책을 발표한데 이어 어제 외환시장에서 5억달러 이상의 달러화를 매수했지만 모두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됐다.
원화가치 상승 압력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원화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일본경제가 회복세를 타면서 전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로 기울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는 대규모 무역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이 보유외환 다양화를 위해 달러화를 내다팔고 있어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형편이고 보면 이유는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지나친 원화가치 상승은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많다는 점이다. 원화가치가 급등하면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수출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고,경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 그 충격이 어떠할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환율하락이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내수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등의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영향에 비할 바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생존마저 위협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원화강세를 예상하고 나름대로 대응방안을 강구해온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환율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까닭이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조사에서 수출중소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환율이 달러당 1059원으로 나타났음을 감안할 때 현 수준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출혈(出血) 수출의 고통을 겪고 있을 게 틀림없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적응할 시간여유를 벌 수 있도록 환율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외환당국은 필요하다면 시장개입을 더욱 확대하고 외환거래 자유화 폭을 한층 넓히는 등 추가적 대응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 역시 결제통화 비중 조정,환 헤지,수출선 다변화 등을 통해 원고(高) 시대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