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 대리(32)는 지난해 연말 친구를 따라 그저 재미삼아 결혼정보회사를 찾았다가 내심 화들짝 놀랐다. 평소 신랑감으로서 스스로 평가했던 것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로 집안,경제력,외모 등에서 적지 않은 감점을 당해 '프리미엄급 회원'으로 분류되지 못했던 것.이 대리는 믿었던 '서울대 법대 학벌'이 신세대 여성들에게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혼적령기의 미혼남녀 사이에서 '학벌 프리미엄'이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결혼 정보업체 듀오에 2005년 회원으로 가입한 미혼남녀 2만명(남자 47%,여자 53%) 중 배우자 조건 1순위로 '학벌 및 학력'을 꼽은 사람은 전체의 5.5%에 불과했다. 5년 전인 2000년 회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배우자 조건 1순위 조사에서 '학벌 및 학력'을 최우선으로 꼽았던 사람이 11.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지은 커플매니저는 "듀오에 지난해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배우자 조건 1순위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직업(70.1%)이었으며 외모(6.9%)와 학력(5.5%)이 뒤를 이었다"며 "2635세대는 실리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학벌보다는 경제력이나 직업을 더 많이 본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해외파'가 늘어난 것도 국내 명문대 학벌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해외파들은 국내 명문대 졸업자들보다 경제력,부모의 사회적 지위 등에서 앞서는 경우가 많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