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금융 大戰 - 이슈&CEO] (3) 강권석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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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 강권석 기업은행장이 직원들과 회식할 때 사용하는 건배사다.
"당신과 나의 귀중한 만남을 위하여…"를 줄인 구호다.
이 건배사는 공직생활만 했던 그가 은행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줬다.
그런 강 행장이 올해는 '만남'의 강도를 높였다.
오는 9일부터 2주간 전국을 돌며 기업인들을 만나고 투자설명회를 하겠다는 것.중소기업과의 관계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의지다.
낮에는 기업인을 만나고 밤에는 지역본부 직원들을 격려하겠다는 '강행군'은 역설적으로 그가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말해준다.
중소기업 대출시장 점유율이 18.3%에 달하고,50조원에 이르는 대출 중 연체율이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0.9% 선을 자랑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탓이다.
먼저 기업은행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중소기업 대출시장을 노리는 경쟁자들이 많아졌다.
강 행장도 "요즘 우량한 대기업 가운데 은행돈 쓰는 곳이 얼마나 되느냐"며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중소기업 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기 호전이 예상되는 올해를 '비상경영의 해'로 선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저마다 올해를 '중소기업시장 공략의 해'로 선언하고 있다.
지난해 '8·31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부문의 자금 운용이 어려워진 탓이다.
경기 회복으로 소호(SOHO)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이 낮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대기업 대출을 담당하는 산업은행마저 '중소기업 올인'을 선언할 정도다.
중소기업 대출시장은 그야말로 한 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패자부활전 없는 토너먼트 경기'(강 행장)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은행으로선 점유율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책은행의 역할에 맞도록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을 살려내야 진정한 승자가 된다.
그동안 다른 은행들 사이에선 "기업은행 스스로 정말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적절한 도움을 줬는지 되물어야 한다"며 기업은행의 '실력'에 의문을 제기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도자기 HJC 등 기업은행이 선정한 '명예의 전당' 회원들은 이미 시중은행에서도 우량 대기업에 맞먹는 대우를 받고 있는 '알짜'라는 이유에서다.
강 행장은 지난해 '우산론'을 펼쳤다.
비 올 때(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우산을 뺏지 않겠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론'이다.
올해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명의(名醫)론'이다.
직원들이 풍부한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고객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금융의 명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기업이 어려울 때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수동적인 선에서 그치지 말고,그 기업을 살려내는 적극적인 일까지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행장의 자신감은 상당하다.
"지난 수십년간 기업은행이 쌓아 온 중소기업 대출 분야의 노하우와 우수 고객들의 로열티 등을 감안할 때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분야에서 리딩뱅크 지위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중소기업 대출 점유율 목표를 오히려 20%로 높여 잡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강 행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1,10,100'이라는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당기순이익 1조원,주식 시가총액 10조원,총자산 100조원'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총자산 100조원은 지금보다 15%가량 늘어난 수준.이 목표를 달성하면 기업은행은 전 은행권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메이저 은행으로 거듭난다.
기업은행이 위기를 극복하고 메이저 뱅크로 도약하느냐,아니면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면서 중소형 은행으로 가느냐.올 연말이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