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금융 大戰 - 이슈&CEO] (2)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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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검투사다. 지면 죽는다. 반드시 이겨야 산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CEO론이다.
승부사적 기질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전형적인 삼성맨에서 시중은행장으로…,'부실기관의 집합소'라던 우리금융을 2년 만에 순익 2조원대의 초우량 회사로…. 이는 그의 승부사적 근성이 연출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런 황 회장이 또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이른바 '토종은행론'.한국의 금융 주권을 지키고 국가 이익을 대변할 은행은 우리은행뿐이라는 주장이다.
새해 첫날 영업점에 직접 태극기를 들고 나온 '검투사' 황 회장의 칼 끝이 향하는 곳은 외국계 은행들.씨티 SCB제일 외환 등 외국 자본이 직접 경영하는 은행만이 아니다.
국민 신한 하나 등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은행도 '외국계 은행'으로 낙인 찍고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황 회장은 토종은행론은 국민들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국민 세금으로 부실을 메웠기 때문에 국민에게 빚을 졌습니다.
경영이 어려웠던 시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고객들은 우리은행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객에게도 빚이 많습니다.
이제 그 빚을 갚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이 금융시장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지분율로만 따진다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도 모두 외국기업이란 말이냐"는 다른 은행의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토종은행론'은 국내 금융시장을 '토종 대 외국계'의 대립 구도로 만들어 치열한 영업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아전인수격 논리'에 다름 아니라는 해석이다.
황 회장도 그런 토종은행론이 무거운 짐이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강조한다.
"중소기업은 물론 중산층·서민에 대한 애정과 관심,그리고 지원의 정도가 타 은행들과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실제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이나 재활의지가 확고한 저소득층에 대한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토종은행의 비전을 정리해 오는 14일 경영전략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그렇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당장 올 4월엔 조흥은행과 통합한 자산 163조의 거함 신한은행 호가 새 출범한다.
우리은행(135조원)은 규모면에서 국민은행(200조원)과 신한은행에 이어 3위로 떨어진다.
가만이 앉아 있다가는 리딩뱅크 싸움에서 뒤처진다는 계산이다.
우리금융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신한지주와 맞붙은 LG카드 인수전에서 패할 경우 은행과 비은행 부문이 균형을 이루는 명실상부한 '토종 종합 금융그룹'을 만든다는 비전도 물거품이 된다.
황 회장은 지난해 연초 '쓰리 세븐'이란 목표를 세웠다.
몸무게와 골프스코어를 각각 70㎏대와 70대로 줄이고 주가를 공적자금 상환 가능 가격인 1만7000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그는 연말에 이를 모두 달성하면서 승부사로서의 근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그런 황 회장이 올해 개인과 은행의 목표를 모두 '우리나라 1등 은행'에 정조준했다.
지난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되찾은 '승리 본능'위에서 토종은행론으로 승부를 걸어 대한민국 대표 은행이 되겠다는 의지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는 그의 향후 진로도 결국은 토종은행론이란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낼지에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황 회장은 올해 말 우리금융 주식의 시가총액으로 평가받겠다고 말한다.
남을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원형경기장의 검투사.황 회장의 진짜 큰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