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께입니다. 미얀마의 한 정글 속에 유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날아갔죠.기차와 배가 닿는 곳에서 목표지점에 도착하기까지 1주일 동안 정글을 맨발로 걸어야 했습니다. 목표지점에 도착한 뒤 호수에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고 '됐구나'라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들뜬 상태에서 뗏목을 만들어 타고 돌아오다 동료 중 한 명이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갈 위기에 처하기도 했죠." 최동수 SK㈜ 휴스턴 지사장은 올해로 20년째 자원탐사를 하고 있는 지질학자다. 지도와 지질 그래프에서 얻은 아이디어(어느 지점에 석유나 가스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 하나로 미지의 세계를 찾아나서는 일이 그의 숙명이다. 최 지사장은 "미얀마뿐 아니라 페루 카자흐스탄,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까지 지구상에 가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석유 탐사하는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잘 자고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단다. "미얀마 프로젝트 당시 한 달 이상을 정글에 갇혀 있어야 했죠.준비해간 통조림이 너무 지겨워 개구리까지 잡아먹던 터에 후배 직원이 김치를 갖고 현장에 도착했어요. 반가운 마음에 찌개를 끓이라고 했더니 글쎄 가져온 김치를 모두 넣어버린 겁니다. 아껴 먹으려고 했는데….그 일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이가 안 좋아요."(웃음) 20년을 이 일에 매달리면서 성공한 프로젝트보다 실패한 게 더 많았다.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보다 타서 쓰는 돈이 더 많아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후회하거나 지친 적은 없었다. "자원개발 사업에 성공하려면 끈기가 있어야 합니다. 확률 싸움이기 때문이죠.성공 가능성이 20%라면 100번을 해서 20번을 성공시킨다는 자세로 임해야 원유자급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와 동료 임직원들의 끈기,그리고 고(故) 최종현 회장부터 시작된 경영진의 대폭적인 지원이 최근 들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 3∼5%에 그쳤던 성공률이 최근 2∼3년간 40%대로 치솟았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 덕분이다. 지난 2004년 SK 석유개발사업부는 22명의 인원이 1인당 90억원의 영업이익,7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