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G조 1차전 한국-토고전이 열리는 2006년 6월13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트 스타디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토고 특급'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1.AS 모나코)가 그라운드 위의 상대방을 응시한다. 둘은 이미 대결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2004-2005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박지성이 속한 PSV 에인트호벤은 AS 모나코를 꺾고 8강에 올랐다. 복수의 칼을 갈아온 아데바요르도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10골을 몰아넣으며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부쩍 성장했지만 맨유의 '신형 엔진' 박지성은 이미 20대 초반 '풋내기'가 상대하기엔 버겁기만 하다. 잉글랜드에서 활약중인 '태극 듀오' 박지성과 이영표(28.토튼햄 핫스퍼)가 이번엔 독일 무대를 밟는다. 두 선수는 올해초까지만 해도 아데바요르보다 크게 유명할 것도 없는 '거스 히딩크의 아들'에 불과했다. 특히 박지성은 에인트호벤 이적 초기 극심한 부진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지난 5월 챔피언스리그 4강 AC 밀란전에서 기적같은 선제골로 전 세계 축구감독의 시선을 끌긴 했지만 그 골과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선제 결승골 밖에는 기억나는 게 없는 선수였다. 박지성이 다음달인 6월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히딩크조차 "맨유에서 벤치 신세에 머물 것이다. 이번 이적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고 걱정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지성은 올 시즌 맨유가 치른 정규리그 19경기에 모두 출전한 선수 5명 중 한 명이 됐다. 프리미어리그 첫 골은 아직 기록하지 못했지만 어시스트 공동 3위에 올라 있고 현지에서 평가는 기록 그 이상이다. 물론 "세계 톱 클래스에 비해서는 패스가 불안하고 골 결정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영국 팬들은 박지성의 높은 팀 공헌도와 폭발적인 에너지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박지성에게서 웨인 루니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은 맨유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박지성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내년 월드컵에서 그의 활약에 기대를 더 하게 하는 요소다. '초롱이' 이영표는 한차례 무산된 동갑내기 티에리 앙리(28.프랑스)와 맞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월29일 토튼햄과 아스날의 '북런던더비'에서는 앙리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결장하는 바람에 이영표의 철벽 수비를 경험하지 못했다. 둘은 내년 6월18일 오후 9시 라이프치히 젠트랄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앙리는 프랑스 '올해의 선수'에 4번째로 선정됐을 정도로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하는 '최고 가운데 최고'다. 이영표 스스로 앙리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았을 정도다. 그러나 앙리와 대결이 처음도 아니고 꿀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지난해 9월과 11월 챔피언스리그 예선에서 에인트호벤이 아스날을 상대로 1무1패를 기록했을 때 앙리를 상대한 경험이 있다. 잉글랜드에서도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영표를 만만하게 봤다가는 노쇠한 프랑스 팀은 큰 코 다치기 십상일 뿐이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세계 최고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뛴다는 것은 어떤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최고의 기량을 뽐낼 준비가 돼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태극듀오는 한층 성숙한 기량으로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첫 골'과 내년 6월 '월드컵 16강 연속 진출'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축구화 끈을 단단히 죄어매고 이상 한파가 몰아닥친 잉글랜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