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데 유용한 삶의 기술? 싸움의 기술!
고백컨대 예고편만 봤을 때는 백윤식의 원맨쇼가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영화는 순간 순간 코미디로 위장한 묵직한 드라마다.
실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켠으론 누구에게나 꿈꾸는 파라다이스를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이 점 한 가지에는 누구나 동의하는 듯 하다.
만약 백윤식이라는 배우를 발굴하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덧붙여 순진한 눈망울과 여자처럼 선이 이쁜 재희도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극 초반과 후반의 뚜렷한 변화가 손에 잡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실제 유용한 '싸움의 기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상대보다 힘이 약하면 주변을 잘 이용하라, 형광등 같은. 병을 깨는 것도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잘 깨야 한다.
자칫하면 병목만 남을 수 있고, 엉뚱하게 무디게 깰 수도 있다.
싸울 때 쓰는 근육은 따로 있다.
빨래 짜는 근육이 바로 그것. 이런 식이다.
이야기 구도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맞고만 살아온 송병태(재희 분)가 어느날 싸움의 고수 오판수(백윤식)를 만난다.
그에게 사사받은 후 학교 짱을 이긴다.
제자의 안위를 걱정한 오판수의 선택에 의해 병태는 아버지와도 화해하게 된다.
뻔한 구도에 살을 붙이고 뜨거운 피를 흐르게 하는 것이 각종 에피소드다.
병태의 유약함은 형사 아버지를 둔 탓에 여기저기 전학을 다녀야해 한 명의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더욱이 그를 돌봐줄 어머니 마저 안계신다.
오판수는 신비의 인물이다.
판타지가 강하게 적용되는 인물인 것. 신한솔 감독은 "오판수라는 캐릭터가 남아있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게도 살아가는데 큰 힘을 줄 인물"이라고 자평했다.
한 마디로 싸움 못하는 송병태에게 싸움 잘하는 오판수가 이상형이듯, 오판수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꿈속의 인물이라는 셈이다.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속 권상우의 울부짖음 조차도 낭만의 수준으로 느끼게 한다.
그 만큼 리얼한 장면들이 계속 등장한다.
관람등급이 15세냐, 18세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을 만큼 폭력의 수위가 꽤 높다.
그 보다는 뚝뚝 끊어지는 드라마가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한다.
등장의 이유가 분명했으나 퇴장의 이유가 분명치 않은 영애(최여진)의 존재가 가장 대표적이다.
또한 병태의 친구 재훈(박기웅)이 그처럼 살벌하게 얻어터져야 하는 이유도 분명치 않다.
드라마의 구성 보다는 관객들을 덜 부담스럽게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물론 '짱'에 열광하거나 짱은 커녕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불안한 많은 학생들에게 이 영화는 대리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튼실한 구조를 향해 갔으나 너무 뻔히 도출될 수 있는 결말의 부담에 허덕이다 세상에 타협한 듯한 느낌. 이 또한 단순한 코미디 영화인 줄 알았으나 예상이 빗나간 후 정색하고 자리에 앉아 볼 만한 영화라는 인상을 주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자유자재로 스크린 위에서 맘껏 놀고 있는 백윤식의 전성기를 보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잘라낼 만큼은 아니어도 분명 놀랍고 뿌듯한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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