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에 따라 주식 시가총액이 꾸준히 증가해 증권시장에서 주식시장 규모가 채권시장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1999년 말 정보기술(IT) 버블로 주가가 급등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현상은 주식시장이 장기 호황을 보이고 있는 반면 채권시장은 회사채 시장의 기능 위축으로 정체된 탓에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주식 시장 규모가 채권시장을 압도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안정과 균형 발전을 위해선 주식시장 못지 않게 채권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본시장 내에서도 양극화


27일 재정경제부와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 종료 후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코스피)은 652조9322억원,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69조5923억원으로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722조52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채권 상장잔액 723조1637억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날 주식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724조원에 이르러 채권 상장잔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 2001년과 2002년까지만 하더라도 300조원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성 향상과 북핵 리스크 완화,금융시장 안정 등에 힘입어 2003년 초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최근 700조원을 뛰어넘었다.


반면 채권 상장잔액은 2001년 말 500조원 수준에서 연 평균 10% 미만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채권시장의 확대는 국채와 통안채 증가에 힘입고 있을 뿐 회사채는 오히려 줄고 있다.


실제 회사채 상장잔액은 지난해 말 114조원에서 최근 107조원으로 감소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으며 우량기업 중심으로 무차입경영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시장 균형발전 시급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채권시장보다 큰 나라는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크다.


때문에 한국에서 주식시장이 채권시장보다 커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채권시장이 커지지 않는다면 연기금 보험 등 장기투자자들이 자금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며 국내자금의 해외 이탈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이런 현황을 인식,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채권시장의 지표물이 현재 3년짜리 국채이지만 선진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0년 이상 장기채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선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본격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회사채 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본질적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제한이나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 등을 푼다면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살아나고 회사채 시장도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