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의 수혜를 입은 아랍권 주요국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오일 머니'가 두둑해진 아랍 증시가 일제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폭발적인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랍 증시 폭발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10대 증시 가운데 8곳이 아랍권이라며 중동 투자자들이 과거 오일붐 때처럼 역내 증시에 돈을 쏟아부어 주식시장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집트 증시의 CASE 30 지수는 올해 15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파이낸셜 마켓지수도 130% 뛰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증시도 100%가량 급등했다.


12개 걸프 지역 국가 소속 250여개 기업의 주가 동향을 나타내는 슈아캐피털지수도 올 들어 11월 말까지 92% 올랐다.


각국 증시의 급등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요르단 쿠웨이트 등 아랍권 12개국 증시의 시가총액 규모도 1조300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졌다.


이 같은 아랍 증시의 올해 상승률은 미국(0.99%) 일본(37.86%) 영국(16.26%) 독일(26.84%) 등 선진국들의 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오일 머니의 힘


아랍 증시가 이처럼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고유가로 오일 머니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주요 석유 수출국들이 원유와 천연가스 판매를 통해 벌어들일 오일 머니가 38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980년 오일쇼크 당시의 1970억달러(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액수)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풍부한 오일 머니로 아랍 중산층의 수입이 크게 늘자 주식시장의 유동성도 덩달아 증가했고 이에 따라 증시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이후 대미 투자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도 아랍 투자자들이 역내 투자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시 붐 계속되나


아랍 증시의 호황 장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세계 5위 갑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회견에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안팎에 머무는 한 아랍 증시 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2007년께면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아캐피털의 자산관리 책임자 하이삼 아라비는 "고유가와 중동 정부들의 개혁정책이 증시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투자 붐이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랍 증시의 폭발적 상승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노무라증권 런던법인의 아나이스 파라지는 "아랍 증시 붐이 오래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시장이 어느 정도 오른 후에는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지역 증시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