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무효화를 주장하며 13일째 임시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강경투쟁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치국면을 풀 중대 고비로 여겨졌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나 재의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박근혜(朴槿惠) 대표 중심의 당내 강경기류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또는 재개정 요구를 통해 강행처리된 사학법을 원천무효화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일관된 주장이었던 만큼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등원거부와 장외투쟁 계속이라는 외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당내 일각에서 사학법도 중요하지만 호남 폭설피해 등 민생현안 처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들어 장외투쟁과 등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병행투쟁론이 힘을 받기 어려운 형국이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간담회 내용을 보고 받은 뒤 굳은 표정으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요구를 노 대통령이 거부한 데 대한 노기(怒氣)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한편, 향후 당의 투쟁방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열린우리당이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를 명분으로 민주.민노.국민중심당 등 소야그룹의 협조를 얻어 `반쪽국회'를 강행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강경기류로 볼 때 국회 파행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전격 등원을 결정하려면 모멘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면서 "장외투쟁이 연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정복(劉正福) 대표 비서실장도 "어제 간담회에서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당의 대응방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예산이나 폭설피해대책을 협의하러 등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강경기류를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사학법 무효화 투쟁본부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오는 27일 대구집회와 이후 28일 대전, 29일 서울로 예정된 장외집회 일정과 관련한 실무대책을 논의하는 수준일 뿐 당의 투쟁기조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26일부터는 신문광고를 통해 사학법의 부당성을 홍보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투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강경기류 속에서도 여전히 등원 여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고민은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 서울 집회로 지방순회 장외투쟁 일정이 일단 마무리된 뒤 내년 이후의 투쟁계획을 설정하기가 막막한 상황이며 계속된 장외집회의 피로도도 점차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현안 처리라는 여당의 등원압박을 "국회 파행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략적 의도"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막상 28~30일 국회 본회의가 임박하면 당이 느끼는 부담감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강경기류속에서 여러가지 논의는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지도부의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yej@yna.co.kr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