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은 소비자들의 기호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제조자 입장에서 히트상품은 올해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읽은 대가라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소비시장을 특징짓는 주요 트렌드로는 △가치소비 △디자인의 구매 영향력 확대 △저가 시장의 성장과 한계 △올인원(All in One) 제품 인기 △토종의 선전 △웰빙의 롱런 가능성 등 여섯가지다.



그 중 첫째가 가치소비 경향이다.


가치소비는 고가,중가,저가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전자전문점인 하이마트가 올해 최고 인기상품으로 꼽은 디지털TV의 경우 40인치 제품 가격이 지난해 8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로 하락하면서 매출신장률이 800%에 달해 가치소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디자인 구매 파워가 본격화된 것도 올해 소비시장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제품 간 기능이나 기본 사양 등에서 차이가 없어지면서 의류,신발,자동차,MP3 플레이어,휴대폰 등에서 빼어난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애플의 아이포드 나노 MP3,빨간색 슬림형 에어컨,블루 및 핑크 세탁기,블랙폰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 측면을 따져보면 저가와 프리미엄 제품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저가 제품으로 불리는 더페이스샵과 미샤 등이 화장품 시장을 이끌면서 고속 성장이 이어졌다.


저가 화장품 시장 확대로 국내 화장품 시장은 고가와 저가 화장품으로 뚜렷하게 나누어졌다.


하루 30만∼40만원대의 특급호텔이 주류였던 호텔시장에도 10만원대 중저가 호텔들이 약진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싼 프리미엄 제품 수요도 크게 늘었다.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드럼 세탁기 등 고가의 가전 수요에 힘입어 3년 연속 감소하던 백화점 매출이 올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담은 올 인 원(All in One) 제품도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았다.


카메라와 MP3 기능을 함께 하는 휴대폰,연금과 저축통장 기능을 하는 변액유니버설 보험 등이 눈에 띄는 히트상품이다.


국산의 힘이 가장 돋보인 분야는 문화 콘텐츠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히는 게 영화다.


한국 영화의 관람객 점유율은 고공행진을 했다.


국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현대차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휴대폰과 자동차,MP3,디지털 가전 등에서 토종 브랜드가 선전을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참살이(웰빙) 상품은 2003년 이후 3년째 히트상품 반열에 올라 롱런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후손과 환경까지 고려하는 로하스가 웰빙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참살이는 이제 생활의 일부로 정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할인점 이마트에서 라면 매출이 올 들어 11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가량 감소한 게 상징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이는 참살이 음식문화가 확산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참살이 문화는 먹거리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녹차와 생수가 꾸준하게 팔린다든가,광동제약이 내놓은 비타민 음료가 동아제약의 박카스를 제친 것도 참살이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경 소비자대상의 영예를 안은 제품들의 면면에서도 올해의 소비 트렌드가 뚜렷이 읽혀진다.


웅진코웨이 정수기,룰루비데 등은 생활 속에서 웰빙을 지향하는 대표 상품들이다.


수입육인 호주청정우는 이름에서부터 소비자들의 웰빙 지향성을 오롯이 담았다.


발효유만 하더라도 단순한 요구르트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


간 기능을 좋게 한다는 쿠퍼스가 요구르트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경 소비자대상에 선정된 제품들의 또 하나 특징은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이나 브랜드가 대거 포함된 점이다.


가전 부문의 삼성전자 파브TV,대형 자동차 부문의 현대자동차 그랜저,화장품 부문의 태평양 아이오페와 LG생활건강의 이자녹스,유통 부문의 롯데백화점,이마트 등은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대표적인 1등 브랜드나 제품들이다.


이들 상품은 불황이 말끔하게 걷히기 전까지는 상당기간 히트상품 목록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