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미국 자동차다' 얼마전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에서 현대차의 한 미국인 딜러는 자신의 차에 이런 문구를 붙이고 다녔다. 이유는 이랬다.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가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디트로이트 경제도 말이 아니게 됐다. '미국주식회사'의 본부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디트로이트 시민들 사이에선 '외제차를 사지 말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를 파는 것이 어려워졌던 것. 이 딜러는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이 올부터 가동되고 있는데 착안했다. 미국의 노동력으로,미국에서 세금내면서 만드는 차니까 바로 미국 자동차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업체는 지난 여름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실시한 데 이어 연말을 맞아 다시 대규모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가을 자동차값을 대당 평균 100달러가량 슬그머니 올렸다. 경쟁 업체가 세일을 하면 그에 못지 않은 할인판매로 맞서는 게 일반적인 사업 상식. 도요타는 이와 정반대의 정책을 사용했다. 혼다나 닛산 등 다른 일본차와 현대 기아 등 한국차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할인판매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우리 차가 최고다'라는 식의 광고마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은 다름아닌 역풍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게 이들 자동차업체의 설명이다. 자칫하면 디트로이트에서 나타나는 '외제차 불매운동'같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미리 피하자는 의도에서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자동차 한 대를 만들 때마다 1525달러를 직원들의 건강보험료 등으로 지출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3만명을 감원키로 했지만 외국 업체와 경쟁하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포드자동차도 감원규모와 폐쇄대상 공장을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시작했다. 3만명 감원설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일본차와 한국차들의 '몸사리기'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몸사리기만 할 게 아니라 미국 자동차업체들로부터 교훈도 함께 배워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현대자동차는 미국 자동차니 말할 것도 없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