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올 들어 열린 어느 금통위보다도 불확실성이 짙었다.


금리인상 요인과 금리동결 요인이 그만큼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였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12월에 올릴지 1월에 올릴지 다소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금통위가 '금리 인상' 카드를 선택한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컸던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물가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인가에 쏠려 있다.


현재의 콜금리가 중립적 정책 금리를 밑돈다는 박승 총재의 진단에 비춰볼 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상반기 중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중립적 정책 금리란 경기 회복을 저해하지 않는 동시에 물가상승 압력을 허용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경기회복·물가불안에 선제 대응


한은은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5.0% 성장을 무난하게 달성하고 내후년에도 4.8%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예상대로 간다면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게 된다는 얘기다.


올 들어 3분기째 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실질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내년에는 교역조건 개선으로 4.5%까지 상승,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점차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금리 인상을 결심하게 된 배경이라고 박 총재는 설명했다.


반면 물가 불안은 갈수록 고조될 것이란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과 내후년에는 근원 물가상승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모두 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통화 정책의 파급 효과가 일정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콜 금리를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평가


콜금리 인상 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경기회복 추세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정부는 경기 회복의 강도와 속도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발언,아쉬움을 나타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 경기 상황이 한은이 전망하고 있는 것만큼 좋을지는 아직 의문"이라며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금리가 이미 한두 차례 콜금리 인상을 반영한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라며 "어차피 올릴 거라면 빨리 인상하는 게 시중 자금의 쏠림 현상을 교정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고 주식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번 콜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어차피 올릴 거라면 빨리 올리는 게 낫다는 것.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12월 인상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이날 채권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채권 금리가 무려 0.18%포인트나 급락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가계 이자부담 가중 우려


콜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는 다소 위축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 부채가 많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들이 전체 금융회사에 지고 있는 부채는 지난 9월 말 현재 506조원에 달했다.


이 중 약 88%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이어서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11월 말 현재 국내 기업들이 은행에 지고 있는 빚은 276조7000억원.이 중 90%에 달하는 247조8000억원이 중소기업들이 빌린 돈이다.


한은은 그러나 가계는 금융 부채보다 금융 자산이 더 많고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주된 이유가 금리가 아니기 때문에 콜금리 인상이 소비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