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인 5%로 전망했다. 민간기관들의 전망치가 대체로 4%대 후반인 점과 비교하면 한은이 가장 낙관적이다. 한은이 예측한대로만 된다면 솔직히 고무적인 일이다. 올해 성장률이 3.9%로 추정(推定)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3년 연속 잠재성장률에 못미치는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 경제가 일단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전망은 말 그대로 전망에 불과할 만큼 실제 결과는 다르게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보면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내년에 우리 경제가 한은이 전망한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저성장의 고착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실제로 내년 경제를 낙관만 할 수 없게 만드는 여러 가지 위험요인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보면 이것을 기우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일부 경제지표상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확실히 단정하기 어려운 가운데 투자부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고유가 금리 환율 등 불안요인도 심상치 않다. 특히 최근의 엔화 급락은 일본제품과 경쟁하는 수출시장에서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왔던 수출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정치일정도 내년 경제에는 큰 부담이다.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데다 이것이 끝나면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선거논리에만 몰입할 경우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 뻔하고,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내년은 우리 경제의 중대 분수령(分水嶺)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경제운용은 그 어느 때보다 성장에 역점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 우리 경제가 내년에 5% 성장률을 달성한다고 해도 올해 성장률이 3.9%로 예상되는 등 3년째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해 왔고, 또 교역조건의 악화 등으로 인해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국내총생산(GDP)을 밑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로도 충분치 않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성장률 전망치에 안주할 게 아니라 기업과 국민들이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수출 내수 투자가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끌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