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등을 돌린 형제들은 감정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듯 법정에서도 서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강형주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두산그룹 비리사건 첫번째 공판에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회사 돈 횡령과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반면 박용오 전 회장은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두산그룹 오너 일가와 전현직 임원 등 14명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과 횡령 분식회계 등의 혐의에 대해 신문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허위계약을 통해 협력업체에 공사비나 물품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이를 오너 일가의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두산건설의 비자금으로 오너 일가의 은행 이자 139억원을 대납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은 자신들의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그러나 박용오 전 회장은 "계열사 돈을 가족 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신문에 "사용했지만 공모는 안 했다"며 형제들과의 공모 사실을 부인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대출 이자금 대납과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실이다" "보고받은 바 없다"고 진술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