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무역규모는 5000억달러 돌파라는 새 이정표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어제 열린 제42회 무역의 날은 무역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 2850억달러, 수입 2600억달러를 합쳐 무역규모가 54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963년 당시 무역규모가 5억달러, 1964년 수출이 1억달러였던 점을 생각하면 실로 괄목(刮目)할 만한 성장이다. 특히 고유가 환율불안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이런 무역성과를 이끌어 냈고, 이것이 내수부진에 빠진 한국경제를 견인하는데 큰 힘이 돼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세계적으로 무역규모가 5000억달러 이상인 국가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벨기에 홍콩 등 11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지금 추세대로 가면 올해 이들 국가 중 홍콩을 제칠 게 분명하고, 1~2년 내에는 캐나다 벨기에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마디로 세계적 무역강국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 여세를 몰아 앞으로 10년 내에 수출 5000억달러,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갈수록 수출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무역환경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자신감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무역규모가 이렇게 급증한 데는 반도체 휴대폰 선박 등 주력업종의 수출증가세 덕분이 크다. 문제는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0년 뒤 한국을 먹여살릴 대안 발굴이 시급한 이유다. 뿐만 아니라 중국 등 경쟁국들의 빠른 추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제조업만 가지고 무역규모를 획기적으로 증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운, 문화콘텐츠 등 무역을 서비스로까지 확장한 복합무역에도 힘을 쏟을 때가 됐다. 한류열풍을 활용해 문화와 무역을 연결하는 치밀(緻密)한 전략도 동시에 강구해 볼 만하다. 이와 함께 주요 교역대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다. 이는 물론 수출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통상국가가 되고자 한다면 남의 시장만 개척할 게 아니라 우리 시장도 함께 개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전략과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는 바로 그런 전제하에서 비로소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