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 CEO "혁신 원천은 고객"..미국 경쟁력위원회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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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혁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미국 경쟁력위원회(Council on Competitiveness)는 최근 미국 기업 CEO 19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혁신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이들은 혁신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고객'을 꼽았으며 장애요소로는 '사내 자원 배분 경쟁'을 지목했다.
심장이 뛰는 모습을 3차원으로 보여 주는 GE 건강사업부의 신제품 '라이트스피드 VCT'는 의료진단술의 혁신을 불러온 획기적인 제품이다.
종래의 흉부 스캐너는 3분이나 걸렸지만 이 제품을 이용하면 단 1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트스피드는 이 회사 엔지니어의 연구 성과물이 아니다.
이 제품은 고객의 제안으로 개발됐다. GE건강사업부는 의사와 연구원 등 고객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직접 의견을 내도록 하고 있다.
고객의 직접 참여로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회사 내부의 연구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전문성을 지닌 고객의 참여를 보장해 주면 성공확률이 더 높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진들은 혁신의 가장 큰 원천으로 '고객과 거래업체'를 꼽고 있다.
조사 결과 혁신 과정에서 '고객과 거래업체'와 '매우 자주' 또는 '자주' 협력한다는 응답이 78%에 달했다.
사내 연구인력들로부터 혁신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는 70%로 2위에 그쳤다.
이어 외부 전문가(51%),동종업계 기업(38%),대학교수(32%) 등이 뒤를 이었다.
고객참여형 혁신은 미국 경쟁력위원회 산하 미국 국가혁신구상(NII:National Innovation Initiative)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미국을 혁신하라(Innovate America)'에서 내린 결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보고서는 "산업사회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생산자가 주도권을 가졌지만 혁신 아이디어가 고객으로부터 나오면서 지금은 무게중심이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CEO들은 혁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자원 배분에 있어서도 고객.거래업체에 커다란 비중을 뒀다.
"100달러가 있다면 혁신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부문에 어느 정도의 돈을 배분하겠느냐"는 질문에 '고객.거래업체와의 네트워크 형성'에 17.1달러를 배정하겠다고 응답했다.
혁신의 원동력으로 흔히 거론되는 과학기술 인재풀 확보(17.7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기업가형 경영자 확보,커뮤니케이션 인프라에는 각각 10.5달러,9.4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CEO들은 그러나 고객 및 거래업체 등 새로운 혁신 요소에 사내 자원을 집중시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배분 경쟁(61%)이 기업 혁신능력 향상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내 자원배분 경쟁은 투자자금 부족(45%),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경향(43%),혁신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시간 부족(32%) 등보다 더 커다란 도전과제로 인식됐다.
미국 최고경영자들은 혁신이 생산성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CEO들의 42%는 '혁신이 생산성 향상을 주도한다'며 재무구조 개선(14%)이나 인원감축(12%),아웃소싱(11%)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뒀다.
그러나 정작 고객과 마주하는 실전에서는 다른 논리를 적용했다.
매출 증가에 기여하는 요소를 중요도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하라는 질문에 '낮은 가격'과 '빠른 배달'을 맨 앞쪽에 배치했다.
고객 서비스와 맞춤형 제품은 중요도에서 밀렸으며 혁신·신기술과 품질은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미국 국가경쟁력위원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 CEO들 조차도 혁신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의미인 신제품 출시(65%)로 혁신을 해석하는 CEO보다는 제품 개선과 제품라인 확장(82%)으로 받아들이는 응답자들이 훨씬 많았다는 분석이다.
국가경쟁력위원회는 "블루오션전략의 창시자인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에 따르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단순한 제품 개선이나 제품 라인 확장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한다"며 "혁신 개념에 대한 정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