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AI와 사스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정상 장내세균총(normal flora)'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박건영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김치연구소장)는 "사스는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 일으킨 비정형성 폐렴(CVP)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장내에서 서식하는 김치 유산균이 호흡기를 타고 들어온 바이러스가 소화관을 통해 마구 퍼지는 것을 방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강사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 3월 영국 BBC 방송을 통해 김치의 AI 치료 효과를 널리 소개했다. 당시 강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물만 먹은 닭은 모두 폐사한 반면 김치추출물을 먹인 닭 13마리는 11마리가 생존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양배추를 단지 소금에 절인 유럽식 김치 '사우어크라우트'도 덩달아 서구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강 교수가 실험한 닭은 최근 창궐하는 맹독성 AI인 H5N1형이 아닌 저병원성 AI이기 때문에 김치가 막상 실전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겨울에 김치를 더 많이 먹게 되는데도 사람이 AI와 같은 인플루엔자인 독감에 주로 걸리는 기간은 겨울"이라며 "한국이 사스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철통 같은 방역체계와 행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는 배추 무 고추 마늘 생강 젓갈 등이 어우러져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유산균과 마늘추출물이 면역성을 높이는 건강식품임에 틀림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김치에 있는 류코노스톡 및 락토바실러스 속(屬)에 속하는 서너종의 유산균은 일반적인 우유 발효 유산균보다 몇 배 강한 세균 살균력을 갖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항균성 높은 김치를 담그는 조건은 대체적으로 3%의 소금 농도로 담가 영상 4~5도에서 3주 정도 발효시키는 것이다. 잘 숙성된 김치는 수소이온농도(pH)가 3.8~4.2 정도로 담근 지 얼마 안된 생김치보다 유산균 숫자가 10배나 되고 이런 산성 상태에서는 웬만한 식중독 유발세균이 살기 힘들다.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도 생성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