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의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997년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 관여했다며 참여연대가 고발한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16일 피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홍 전 대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검찰청사에 출두,미국에서 귀국을 미룬 이유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상세히 말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9층 조사실로 향했다. 홍 전 대사의 검찰 출석은 지난 99년 9월30일 보광그룹 탈세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구속된 이후 6년여 만이다. 검찰은 홍 전 대사를 상대로 지난 97년 삼성의 대선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하는 데 전달책 역할을 했는지와 검찰 간부들에게 '명절 떡값'을 나눠줬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또 99년 보광그룹 탈세 사건 당시 확인됐던 출처 불명의 30억원이 홍 전 대사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의 일부인지도 캐물었다. 하지만 홍 전 대사가 대선자금과 명절 떡값을 전달한 것은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나 공소시효(5년)가 이미 지나 처벌할 수 없다. 또 30억원 배달사고 부분이 설사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이 부분이 횡령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해 홍 전 대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이번 홍 전 대사의 소환은 진상규명 차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씨는 13시간 남짓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밤 11시께 귀가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이 상시 도청한 주요 인사 1800여명의 휴대폰 번호가 임동원 전 국정원장 시절에 이뤄진 점에 주목,이날 오전 임씨를 서울구치소에 불러 보강 조사를 벌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