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2080'은 50여년간 치약의 명가로 군림해 온 LG생활건강의 대표 치약 '페리오'의 아성을 깬 히트 상품이다.


지난 98년 12월 출시 후 1년여 만에 전체 시장의 10%대를 차지한 데 이어 작년부터는 시장점유율 20%대에 오르며 '페리오'와 1~2위를 다투는 리딩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업계 후발주자였던 '2080'이 파워 브랜드로 급성장한 데는 무엇보다 귀에 쏙 들어오는 제품 이름의 공이 크다. '2080'은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보존하자'는 슬로건으로 1990년대에 각광받은 일본의 치아건강 캠페인 '8020' 운동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주방세제 '트리오',세탁세제 '스파크'로 세제 전문기업의 위상은 굳혔지만 이렇다 할 치약 브랜드가 없어 고심하던 애경이 차별화된 '숫자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


하지만 '2080'이라는 이름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제품 개발 도중에 "한국 노인들은 65세만 넘으면 치아 개수가 평균 17개 정도로 줄어든다.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유지하자는 '8020'은 너무 무리한 목표다" "한국인 평균 수명은 70세인데 80세로 올려 잡는 건 현실감이 없다. 목표 치아 개수를 올리더라도 연령은 70세로 하는 게 타당하다""왜 작은 숫자보다 큰 숫자를 먼저 말하나. '20개의 치아를 80세까지 보존하자'는 게 더 논리적이다" 등 갖가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회사 내부에서 '8020''7025''2080' 등 여러 후보군을 놓고 고심하다 수차례의 소비자 조사를 통해 '2080'으로 최종 낙점했다고.


독특한 이름에 더해 100% 컴퓨터 그래픽 형태의 TV CF로 제품 출시와 함께 소비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도 '2080'의 성공 비결로 꼽힌다.


당시 사람이 등장해 양치질을 하면서 충치예방과 잇몸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정형화된 치약 광고기법에서 벗어난 것. 건강한 치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소개하는 캠페인성 슬로건과 함께 순수 그래픽만으로 제품 모양과 숫자 이름을 보여주는 CF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