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500년만의 호황'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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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05 세계해운정상회담(World Shipping Summit 2005)'에 참석한 해운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은 해운경기 하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참석자들은 내년에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5% 정도의 컨테이너 운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콜롬부스의 지리상의 발견 이후 최대 호황'이라던 해운업계에 최근들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선복량 및 물동량 변화,컨테이너선 용선료 등 향후 운임 변동을 에측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지표들이 '매우 흐림'이다.
벌크운임이 계절적 요인으로 반짝 상승한 뒤 다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컨테이너운임은 5년만에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에 따라 2006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선사들은 '불황기'을 염두에 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컨네이너 운임 5년만에 하락"
해운사들은 2003년 하반기부터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렸다.
석탄 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시황은 한 때 '미쳤다(crazy)'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벌크는 물론 컨테이너 시황까지 하강국면에 진입하는 추세다.
선사들이 해운시장에서 컨테이너선을 빌리는 가격의 추세를 보여주는 'HR(Howe Robinson) 용선료 지수'는 2004년 6월 1562.5포인트에서 지난 6월엔 2067.9포인트까지 치솟은 뒤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1400포인트대까지 떨어졌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HR 지수는 통상 운임에 3∼6개월 정도 선행한다"면서 "용선료 하락은 자연스럽게 운임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운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복량과 물동량도 시황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세계 컨테이너 선복량은 7억94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을 기록,작년 같은 기간보다 12%나 증가했다.
내년에도 순증가율이 13%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내년 물동량 증가율은 4∼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황 올수도…2∼3년을 잘 견디자"
호황의 끝자락에 선 국내 해운업계는 "2∼3년을 잘 견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신조 컨테이너선 인도가 최고조에 달할 2007년 상반기까지 운임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2008년 하반기부터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해운사들은 이에 따라 △노선동맹 강화 △컨테이너터미널 확보 △제3자 물류업 강화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면서 리스크는 줄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최근 제3자 물류팀을 신설한 한진해운은 해상운송은 물론 육상운송,창고업,벤더관리 등을 망라한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국내 선사로는 처음으로 시작했다.
예를 들어 중국내 생산공장에서 제품을 받아 미국 유통업체 매장까지 운송하는 것으로 한진해운은 5년 내 제3자 물류업 매출을 최대 1조원대로 대폭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상선은 경기 하강기를 선사간 협력으로 극복키로 하고 노선동맹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신재희 상무는 "동맹 회원사들과 지역별 지선망 공동사용,터미널 공동확보 등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STX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벌크사업 비중을 현재의 90%에서 2010년까지 60%로 줄이는 대신 컨테이너선,LNG선 및 유조선,자동차 운반선 등의 비중을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