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현재까지도 걸리면 죽을 확률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질환임에 틀림없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더라도 생명은 유지할 수 있으나 평소 건강할 때와는 다른 몸 상태를 보인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과 인접 학문의 눈부신 발전은 '암'을 불치병으로 내버려 두지 않고 있다. 인류는 흑사병 천연두 에이즈 등을 극복하고 종(種)의 번영을 일궈왔기 때문에 이런 노력은 다시금 질병에 대한 불굴의 역사를 창조할 것으로 확신한다. 정보기술(IT)이 근거 중심의학을 뒷받침하면서 암 정복을 앞당기고 있다. 기존 항암제의 독성을 줄인 표적지향형 항암제나 모노클론항체(mab계열 항암제), 자궁경부암을 90% 이상 예방하는 HPV백신이 그 대표적 성과다. 맨 처음 이런 신형 항암제나 백신이 고안됐을 때 임상시험을 하기 전에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연구성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토록 하는 IT기술의 발전으로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즉 IT를 통해 수많은 복잡다단한 연구결과를 과학적으로 간명하게 통계처리하고 비슷한 연구경험을 가진 학자들의 객관적 자료를 실시간으로 습득해 응용함으로써 신약개발을 앞당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의사 개인의 영감이나 경험에 의해 치료를 하는 무모한 시행착오가 계속 됐을 것이고 수많은 단계별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신약개발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암은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는가. IT와 신약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할 근거중심의학의 발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암 치료 성과는 존재할 수 없었다. 분자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발전으로 종양세포 정체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제는 '적을 아는 단계'에서 '물리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분자생물학은 종양의 분자학적인 구조와 종양이 퍼지는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인자를 알게 해주었다. 종양에만 작용하는 치료제와 치료기법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로써 항암치료에 수반되는 탈모 빈혈 감염 등의 합병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생체정보학은 암과 그 진단시약 및 치료제가 분자학적으로 서로 반응하고 감지하는 것을 보다 간편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게 돕는다. 여러 검사를 통해 암을 진단할 필요없이 인체에 가장 피해를 덜 끼치는 똑부러지는 방법 한가지만으로 진단할 시대가 올 것이다. 10억분의 1m인 나노스케일에서 물질을 다루는 나노과학도 종양이 양성에서 악성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치료기술 발전과 함께 장차 닥칠 유비쿼터스 환경이 암을 예방하는 최적의 여건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나 건강정보를 손쉽게 얻고 자신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은 무차별적인 대중에게 이뤄지는 기존 매스미디어 방식의 건강관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개인적인 특성이 십분 고려된 유비쿼터스 환경을 통해 암과 성인병을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내과 교수· 낸시 버크만 하버드교육병원 국제협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