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6:42
수정2006.04.03 06:44
박용성 회장이 4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향후 두산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개편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은 일단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와 관련,재계에서는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 창업 3세 6형제 가운데 경영일선에서 뛰었던 마지막 주자인 5남 박용만 부회장도 이번에 동반 사퇴해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창업 4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 그룹 경영을 맡기는 무리라는 관측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두산은 실제 1991년 페놀 유출사건 당시 전문 경영인인 고(故) 정수창 회장에게 3년간 그룹 회장직을 맡겼었다.
◆경영 차질 불가피할 듯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됨에 따라 경영 공백은 아니더라도 신사업 추진 등에 있어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두산측은 "이미 전문경영인들이 각 계열사를 책임경영하고 있는 데다 비상경영위원회가 그룹 경영을 총괄할 예정이어서 경영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유병택 ㈜두산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는 말 그대로 한시적인 과도체제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은 사업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현안을 도맡아 왔기 때문에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두산은 올해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와 두산중공업을 축으로 향후 100년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짜기로 한 터다.
회장과 부회장의 공백은 이런 주요 경영 일정과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나
박 회장은 형인 박용오 전 회장과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7월20일 "형제가 차례로 경영을 승계하고 다시 후대로 넘겨주는 사우디 왕가식 전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측은 이를 근거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페놀 사건 때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그룹 매출이 심각한 영향을 받아 부득이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일시 도입했을 뿐"이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재도입 가능성에 대한 예상을 일축했다.
재계는 그러나 이번 경영권 분쟁과 비리 의혹이 오너 형제간 다툼에서 비롯된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데다 여론의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박 회장도 이날 "그룹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전례가 없는 혁신적인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해 달라"며 "비상경영위원회가 국내 최고의 투명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주문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시사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