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장 중에는 행원에서 출발해 은행장까지 오른 '정통 뱅커'를 찾아보기 힘들다.


공무원이나 외국계 금융회사 출신이 대부분이다.


신동혁 은행연합회장(66).지난 64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일선 지점장,임원,은행장 직무대행을 거쳐 2002년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 행장에 올랐고,그해 말 은행연합회장을 맡았다.


신입은행원으로 들어와 행장까지 오른 몇 안 되는 정통 뱅커인 그가 오는 14일 41년간의 은행원 외길을 마감한다.


한일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상업은행과의 합병을 원만히 처리했고 한미은행장으로 옮긴 뒤에는 4800억원 규모의 외자를 끌어와 은행의 생존 기반을 다지는 업적을 남긴 그는 소탈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과 국제감각을 두루 갖춰 따르는 후배가 많다.


연합회장으로선 역대 어떤 회장도 이루지 못했던 금융회사 노사 공동 임금단체협상을 뚝심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은행계의 맏형 격인 신 회장은 4일 기자간감회를 갖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가장 강조한 것은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


연합회장으로서 3년 재임 기간 중 은행의 공적 기능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한다.


"은행도 주식회사지만 다른 기업보다 공공성이 더 요구된다"면서 "조(兆) 단위의 이익을 낼 정도로 은행산업이 탄탄대로에 올랐으니 영업과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를 짤 때 공공성을 감안하는 게 장기 성장 기반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외국자본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소회를 밝혔다.


"3개 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갔고 나머지 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70~80%에 이르고 있다"며 "외국투자자들이 경영간섭을 하지 않지만 행장은 주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익이 많이 난다고 무조건 배당을 많이 줄 것이 아니라 적정 규모의 준비금을 쌓아 미래 성장을 위해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퇴임 후 아내와 여행을 떠날 생각"이라는 신 회장은 "기회가 되면 그동안 걸어온 41년간의 은행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