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부지 경주로 확정] 첫 주민투표 일단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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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가 2일 주민투표 결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부지로 결정됨에 따라 19년간 표류해 온 국책사업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민투표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지부진했던 방폐장 선정 작업을 해결해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다른 국책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3000억원이란 거액의 지원금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이라는 인센티브를 걸고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표출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 어렵사리 선정작업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갈등은 없어야 한다는게 그동안 방폐장 부지 선정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책사업 해결 새 틀 마련
방폐장 부지 선정작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86년.원자력발전소 등에 임시보관하고 있는 폐기물의 포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그동안 8차례나 방폐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님비(NIMBY·우리집 뒷마당엔 안돼)현상'도 문제였지만 정부가 주민동의를 먼저 구하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 행정을 펼친 것이 불발의 더 큰 원인이었다.
정부는 2003년 부안군수 폭행사태를 겪고 나서야 해결방식을 전면수정했다.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한수원 본사 이전 등 인센티브를 내거는 한편 주민투표와 경쟁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 확정토록 한 것이다.
이원걸 산업자원부 차관은 "갈등으로 풀리지 않고 있는 다른 대형 국책사업에도 이번 방폐장 해법이 벤치마킹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사업 확대 계기 될 듯
정부는 지난해말 제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내놓으면서 2017년까지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립 문제를 유보해 놨었다.
방폐장 문제가 당시까지 해결되지 않았으며 2005년에도 풀리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조석 산자부 원전사업기획단장은 "주민투표가 끝남에 따라 방폐장 건립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며 "이제는 원전 확대 문제를 본격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유가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다른 선진국들처럼 원전 확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남은 과제 적지 않아
우선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 등 돈을 쏟아부어 표류 국책사업을 해결했다는 점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어려운 사안일수록 보조금이나 지원금에 의지하려 하는 태도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중저준위 방폐장 해결에 3000억원이 들었다면,위험도가 높은 고준위 방폐장 해결엔 1조원 이상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방폐장 찬성측과 반대측 간의 반목 △인접지역과의 갈등 △영·호남 간 지역감정 등 투표과정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노출됐다.
탈락지역이 불공정 선거라며 선거무효소송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연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법률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실시한 주민투표에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도 이날은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모두 결과에 승복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