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에 질서정연하게 정리돼 있는 꽃은 자그마치 2200만 송이.알스미어 꽃시장에서 하루에 팔려 나가는 수량이다.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전 11시에 장이 끝나니 정확하게 말하면 4시간 동안 거래되는 양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630만유로(81억9000만원)어치다. 꽃의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네덜란드 하면 기껏해야 튤립 정도만을 생각하겠지만 모두 1만3000종의 꽃이 팔려 나간다. 과연 꽃의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은 장미다. 연간 20억 송이에 달한다. 이어 튤립이 7억 송이로 두 번째로 많다. 알스미어 꽃시장협회에 따르면 장미 튤립 등 연간 16억3000만유로(약 2조원)어치의 꽃이 이곳을 거쳐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로 팔려 나간다. 전 세계 꽃 교역량의 80%가 알스미어를 포함한 네덜란드 꽃시장에서 거래된다. 세계 꽃 가격이 알스미어 꽃시장 내 경매장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이곳에는 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경매룸 5개가 마련돼 있다. 경매룸에는 경매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경매 시계가 설치돼 있는데 모두 13대다. 이들 경매 시계를 통해 매일 6만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각 경매룸마다 전화와 팩스는 기본이고 모든 경매 절차를 개인 테이블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또한 알스미어 시장 회원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온라인을 통해 이곳 전자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경매장은 여느 경매장과 달리 조용하다. 경매에 부쳐지기 전 꽃 샘플을 미리 볼 수 있어 막상 경매에 들어가면 참가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에 맞춰 누르는 버튼 소리 정도밖에 들리지 않는다. 경매 가격이나 수량을 상의하기 위해 외부의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들의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물론 경매를 진행하는 꽃시장 직원은 쉴틈없이 거래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이러한 경매를 통해 팔려 나가는 꽃들 중 85%가 수출용이다. 대부분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소비되지만 항공기를 이용해 멀리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에는 알스미어 같은 꽃시장이 4군데 더 있지만 규모 면에서 알스미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알스미어 시장에 설치돼 있는 13대의 경매 시계가 세계의 꽃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모두 3500명에 달하는 알스미어 꽃시장협회 회원들은 경매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1년에 두 차례가량 경매 절차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총회를 갖는다. 알스미어 시장은 단순히 꽃 거래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알스미어 꽃시장 내에는 꽃을 연구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알스미어 꽃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박사급 1000여명을 포함,3000여명의 연구원들이 오직 꽃 하나만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 연구원은 1968년 지금의 알스미어 꽃시장이 만들어질 당시 10종도 되지 않던 네덜란드산 백합을 다른 나라 백합과 이종교배해 무려 500여종으로까지 늘려 놓았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의 권오석 부장은 "알스미어 꽃시장은 꽃거래,꽃연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당일 운송이라는 목표 아래 물류 기술까지 지속적으로 개발해 매년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스미어(네덜란드)=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