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1일 248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8월부터 세 달 동안 팔기만 한 외국인은 이날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행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종합주가지수)를 3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 3개월간 4조60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우며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외국인이 '큰 손'으로 돌아온 셈이다.


외국인의 매수 전환은 달라진 시장환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가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또 그동안 팔만큼 팔아 급매물이 줄어든 것도 매수 전환의 이유로 꼽힌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행진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면서도 본격적인 매수로 돌아선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내놨다.


◆화려하게 돌아온 외국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5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루 순매수 금액으로는 지난 7월12일(3062억원)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코스닥시장에서도 6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주목되는 것은 외국인들이 금융주와 일부 대형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날 순매수액 중 절반이 넘는 1295억원을 국민은행에 쏟아부었다.


이 덕분에 국민은행은 옛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해 재상장한 지난 200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에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8개나 들어갔다.


이영원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경기와 관련이 깊은 제조업보다는 3분기 실적이 좋고 내수 회복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금융주에 외국인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표 기술주와 현대차도 외국인 순매수 종목에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 무조건 팔고 보자'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추세 변화 여부는 두고봐야


최근 수개월간 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이제는 팔만큼 팔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매수로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는 "한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비중이 현재 40%대에서 중장기적으로는 3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공격적 매수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다만 미국 경기지표의 호전,국제유가 안정세,내수지표 개선 추세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은 내년 초까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