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57년만의 '아름다운 퇴장'‥장일석 실장 일반직 첫 정년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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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경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한창 경제가 잘나갈 때도 다들 어렵다거나 힘들다고만 하지 경제가 좋아졌단 말을 듣질 못했습니다."
다음달 31일 정년퇴임하는 장일석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60)은 소감을 묻자 '공직'에 대한 애증을 너털웃음을 지으며 털어놨다.
재경부 57년 역사상 일반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는 것은 장 실장이 처음이다.
장 실장은 지난 73년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75년 당시 재무부(재경부 전신) 7급으로 시작, 올해로 30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무능해서 그랬다"며 몸을 낮추지만 그는 외환국(현 국제금융국),이재국(현 금융정책국),공보관실,감사관실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돈세탁 분야의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감사관실에서 일할 당시엔'족집게 감사관'으로 '악명'높아 산하기관에서 기피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뭣보다 보람이 있었어요.
박봉과 격무에 시달려야 하지만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을 느낄 때가 많았으니까요.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보다 민간 기업을 선호하는 게 못내 아쉬운 세태입니다."
장 실장은 자신의 업무를 통해 확보한 지식을 알리기 위해 책도 많이 냈다.
20여년 전 금융감독 체계 개선방안을 담은 '한국감독체계'라는 책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올초 자금세탁 개념과 수법,방지대책을 집대성한 저서 '자금세탁 방지제도의 이해'를 펴냈다.
최근엔 미국의 패권과 일본의 도전을 담은 저서 '제2의 진주만 침공'을 발간했다.
정년 후에는 시골에서 나무를 기르고 싶다는 그는 "실무진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정책이 정치논리 등에 휘말려 입안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며 "잘못된 정책은 그 후유증이 대대손손 이어진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