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핵심 사업별로 회사를 쪼개는 곳이 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은 기업분할 발표 후 주가가 떨어져 애를 먹고 있다. ◆기업분할이 늘어난다 여행 및 부동산 분야의 거대기업인 센던트는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 호텔 여행 렌터카 등 핵심 사업을 4개 회사로 나누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잡지 발행업체인 프리미디어도 자동차 전문잡지 사업 등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블룸버그와 USA투데이는 센던트와 프리미디어의 기업분할을 미국 기업인들 사이에 확산된 "투자 확대와 실적 개선 노력보다는 분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미국 3위 규모의 방송·통신회사 비아컴도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케이블TV 사업을 CBS방송 네트워크로부터 분리하기로 했다. 미디어그룹 리버티와 세계 최대 라디오방송사 클리어채널도 기업분할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법을 활용해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경영 실적을 향상시키는 게 주가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은 냉정하다 센던트와 프리미디어가 지난달 24일과 25일 회사분할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는 12%와 35%씩 떨어졌다. "기업실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부진했던 주가를 올리겠다"는 센던트의 최고경영자(CEO) 헨리 실버맨과 프리미디어의 CEO 딘 넬슨의 의도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두 회사 외에도 기업분할을 선언하고 주가가 빠진 경우는 적지 않다. 전자상거래업체 IAC인터랙티브는 지난해 말 온라인 여행사업을 분사시켜 익스피디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분사 이후 IAC인터랙티브는 주가가 8.8% 떨어졌고 지난 7월부터 거래가 시작된 익스피디어 주가도 22% 하락했다. 기업분할로 주가 부양에 성공한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트리아 그룹이 지난해 11월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를 크래프트푸드에서 분리시킨 후 주가가 49% 급등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도 지난 2월 금융자문 사업을 떼어낸 뒤 주가가 7.4% 올랐다. 기업분석가들은 이 같은 성공 사례나 센던트,프리미디어 등의 주가 하락 모두 일시적일 수 있지만 기업분할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만능 해결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헨리 맥베이는 "핵심 사업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로 만든다고 해서 주가 상승을 보장받는 게 아니다"라며 "기업 성장 전략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