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펀드의 주요 고객은 역시 샐러리맨이다. 연령층은 재테크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대.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목돈 마련을 위해 월급의 일정분을 떼어내 정기적금을 부었지만 저금리 시대가 정착하자 적립식 펀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정기적금의 이자 수입이 연 4% 안팎으로 턱없이 낮아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기대 수익이 높은 적립식으로 갈아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저축보다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퍼진 것도 봉급생활자의 펀드 투자를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적립식 펀드가 인기를 더해가면서 투자자 평균 연령이 젊어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월정액을 불입하는 적립식 펀드가 본격적으로 나온 지난해에는 40대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30대의 비율이 급증한 것이 그 예다. 2004년 3월 첫선을 보인 미래에셋 '적립형 3억만들기 펀드'의 경우 초기에는 30대 33%,40대 30%,50대 11%였으나 올 4월 말 현재 30대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30대 초반을 중심으로 사회 초년생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적립식 펀드를 선호한 결과라는 게 미래에셋측의 분석이다. 적립식 펀드의 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르는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9월 말 현재 연령대별 고객 비율은 30대 30.1%,40대 24.1%로 30,40대가 절반을 넘어섰다. 20대 미만 미성년자의 가입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초기 3.4%에 불과했던 20대 미만 가입자 비율이 지난해 말에는 10%에 육박했다. 부모들이 자녀 학자금 및 결혼자금 준비 등 장기적인 목돈 마련을 위해 적립식 펀드를 이용한 결과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월 평균 가입액은 30만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증권사 고객들이 은행 고객보다 불입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이 그만큼 투자에 공격적이라는 얘기다. 미래에셋의 경우 월 평균 불입액이 36만원,국민은행은 20만원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8·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월 1000만원 이상을 불입하는 거액 투자자들이 등장한 것도 또 다른 변화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정부의 '세금 폭탄'이 가시화하자 큰손들이 일단 적립식 펀드로 피신한 결과로 보인다. 매월 1000만원 이상을 자동이체하는 고객은 삼성,현대,대우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3~5배씩 급증했고 1억원 이상을 적립하는 큰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삼성증권 관계자는 매달 펀드에 1000만원 이상을 넣는 고객이 50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건홍 한국씨티은행 압구정골드지점장은 "예수금 10억원 이상인 부유층들도 적립식 펀드 2~3개씩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면서 "8·31 조치 이후 부동산 투자가 마땅치 않자 1억원 이상의 거액을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