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김' 성장모델 메신저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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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을 비롯한 화섬업체들에 있어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었습니다.
중국업체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새로운 성장축을 찾아 암흑 속을 헤맸죠.이제야 회사의 미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SK케미칼은 정밀화학과 생명과학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폴란드 중국 등지에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 구조본에서 일한 5년간(2000∼2004년)을 제외하곤 줄곧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74년 SK케미칼의 전신인 선경인더스트리로 입사해 30여년의 세월을 이 회사에 바쳤다.
80년대 말 SK제약을 설립하고 정밀화학 사업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에도,96년 3560명에 달하던 인력을 현재 1100명으로 줄이는 화섬사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끄는 과정에도 김 부회장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앞마당(수익성 있는 사업)을 잃었던 기업이 새로운 앞마당을 다시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촉진제가 사람이었죠.80년대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R&D(연구개발)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교육파견을 보내는 등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게 새로운 출발의 뿌리가 됐습니다."
1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간담회에서 그는 그룹 내 자신의 위상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를 두고 그룹 내 입지 강화에 나섰다는 해석은 그의 SK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를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상상이라고 그룹 관계자는 설명했다.
SK글로벌 사태로 검찰에 불러다녔을 때도,손길승 전 회장과 함께 1년간이나 회사를 떠나있을 때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이제 그룹 내에서 김 부회장의 역할은 SK㈜ SK텔레콤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매출 1조원대의 중견 계열사들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최종현 전 회장,손길승 전 회장 밑에서 배워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는 그룹 관계자의 평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 스스로도 "사람과 사람의 싸움은 주먹의 세기와 빠르기가 중요하지만 산업사회에서 기업들 간 싸움은 넓은 시야와 긴 안목을 가진 리더가 승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한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성공시키는 과정에도 김 부회장은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차츰 대외활동의 보폭도 넓혀가고 있다.
하루에 3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는 '마징가' 김창근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