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곤충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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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3억5000만년 전에 등장한,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이다.
보통 100만종 정도로 추정되지만 500만~3000만종이라는 학자도 있다.
과거엔 주로 해충 방제를 위해 활용되고 연구됐으나 근래엔 꽃가루받이,환경정화,식ㆍ약용,환경지표,문화 등 다양한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달리아무당벌레는 오렌지 농사를 망치는 이세리아깍지벌레를 물리치고,무당벌레와 풀잠자리는 진딧물을 퇴치한다.
쇠똥구리와 똥풍뎅이는 목초지를 망치는 쇠똥,집파리는 수질오염의 주범인 돼지똥을 분해한다.
가위벌은 사과,서양뒤영벌은 방울토마토,꿀벌은 딸기의 꽃가루받이에 이용된다.
곤충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비단과 강정제 등을 제공하는 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쥐똥밀깍지벌레의 왁스 성분인 백랍은 방습과 광택제로 활용되고,둥근날개날도래의 번데기는 1급수 수질의 지표 노릇을 한다.
기호식품 내지 새로운 단백질원으로 쓰이는가 하면 나비생태원 등이 조성되고 애완용 곤충도 늘어난다.
애완용 곤충의 역사는 길다.
중국에선 당나라 때,일본에선 11세기에 애완용 귀뚜라미를 채집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송나라 때엔 귀뚜라미 싸움을 즐겼다고 하고 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에 따르면 고려 궁중에서도 귀뚜라미를 금롱에 넣어두고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일본에선 일찍부터 애완곤충 산업이 번창,사슴벌레 한 종류의 연간 시장규모만 3000억원이 넘는다고 할 정도다.
국내에선 2000년대 초부터 확산,왕사슴벌레ㆍ장수풍뎅이 등의 보급이 활발하고 토종 왕귀뚜라미도 이 대열에 들어섰다.
키우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동호회도 늘어났다.
서울 뚝섬 서울숲에서 29일 애완곤충을 바꾸거나 구입할 수 있는 곤충 직거래 장터를 연다는 소식이다.
아이들이 곤충을 키우면서 생물의 한살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생명의 소중함도 배우고 정서적 안정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왕 키울 거면 작다고 함부로 다루거나 소홀히 여기지 않도록 가르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