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LG카드 등 3개사 노조가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통해 자사 지분을 인수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향후 정부와 채권단의 해당 기업 매각 과정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개사 노조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 인수 참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외국 투기자본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정부와 채권단측에 우리사주조합에 우선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대위는 협상 과정에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해당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정부 및 채권단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최고가에 매각,최대한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정부와 채권단의 기존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노조와 정부·채권단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기자본 견제하겠다" 공대위는 지분 인수 명분으로 "외국계 투기자본 인수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외국계 투기자본이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기업을 인수,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 자산 등을 매각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또다시 부실화하는 문제점을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인수로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정창두 공대위 공동위원장(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브릿지증권과 극동건설 외환은행 등을 인수했던 투기자본들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는 점에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지분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에 매각 대상 기업 지분 중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이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배정해줄 것을 요구키로 했다. 정부 ·채권단이 매각할 예정인 지분 중 10∼20%를 우리사주조합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대우건설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제3의 컨소시엄을 구성,자산관리공사가 매각하려는 주식의 10∼12%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2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 지분 19.3%를 우리사주조합이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채권단에 요청할 방침이다. ◆노조 경영참여 논란 일듯 이번 3개사 노조의 지분 인수 참여 결정은 앞으로 노조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공대위는 "일상적인 경영 참여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창두 공동위원장은 "직접적인 경영 참여보다는 대주주의 무리한 자산 매각 등 경영 정상화를 해치는 행동에 대해 감시와 견제 역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인수한 뒤 노조가 인사권 등에 개입할 여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실제 이날 대우건설은 별도로 배포한 자료에서 지분 매각 이후 사내에 경영평가위원회를 구성,경영진 및 임원 인사 등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채권단의 매각절차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논란거리다. 지분을 분할 매각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떨어져 인수 기업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