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恐怖)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엊그제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 및 생산자물가가 유례없는 상승률을 보였고 유럽과 일본의 물가오름세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고 보면 이미 인플레 위협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올들어 기본적으로 국제유가만 50% 이상 올라 인플레 우려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경제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환율(換率)이 원화 약세로 바뀔 조짐도 보인다. 그동안 고유가 등의 해외 원가상승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주었던 환율이 물가부담요인으로 반전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 또한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중국산 저가 상품의 수입 등으로 국내 물가는 아직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된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 등 여전히 물가 불안 요인은 상존해 있는 탓이다. 최근 인플레 우려 때문에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국내 증시 또한 크게 출렁거리고 있는 것도 그런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다른 나라들이 고성장 속에서 인플레를 겪는 것과는 달리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따라서 인플레가 우려돼도 금리를 마냥 올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걱정이다. 선진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만 올리지 못하면 금리격차가 커져 해외로 자금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그렇다고 금리를 올리면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지연돼 성장이 둔화(鈍化)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