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DNA 연구의 중요한 난제가 국내 과학자에 의해 해결됐다. 성균관대 의대 김경규 교수와 중앙대 의대 김양균 교수 연구팀은 1979년 처음 발견된 이래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Z'형 DNA의 생성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 20일자 표지 논문으로 채택돼 게재됐다. 이번 성과는 DNA 기능 연구는 물론 암 억제제,유전자 치료제,바이러스 질환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올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DNA는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는 생명현상의 근원 물질. 주로 두 가닥의 사슬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새끼줄처럼 꼬인 나선 모양으로 돼 있다. 종류로는 오른쪽으로 꼬인 A형과 B형,왼쪽으로 꼬인 Z형이 있다. 이 가운데 1979년 처음 발견된 Z형 DNA의 경우 B형 DNA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게 밝혀졌었다. 그러나 B형 DNA의 오른쪽 방향 나선이 어떻게 왼쪽 방향으로 갑자기 바뀌어 Z형으로 되는지는 밝혀지지 못한 채 26년 동안 베일에 감춰져 왔다. 김경규 교수는 "Z형 DNA가 워낙 불안정해 그 구조를 연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Z형과 B형 DNA가 결합된 부위의 구조를 이번에 밝힘으로써 Z형 DNA의 생성 원리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X선 분석을 통해 B형 DNA에서 하나의 염기쌍이 돌출됨으로써 이를 기점으로 마치 지퍼의 방향이 바뀌 듯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아냈다. 미국 텍사스 A&M대학의 리처드 신덴 박사는 해설 기사를 통해 "Z형 DNA가 발견된 지 26년 후인 이번에 나온 성과는 Z형 DNA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에 일대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DNA의 새로운 구조와 기능을 밝혀낼 수 있음은 물론 신약과 나노 센서 같은 신기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김양균 교수는 "Z형 DNA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아내면 암을 억제하거나 천연두 바이러스 등의 감염을 막아주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며 "용액의 조성이나 성질을 감지하는 나노 센서의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이처는 논문과는 별도로 '한국의 논문 수 분석'(Quantified;South Korea) 코너를 통해 올 들어 한국에서 제출된 논문은 총 112건이며 이 가운데 12건이 게재됐다고 밝혔다. 또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한 한국인 저자들의 83%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