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승용차 요일제 역효과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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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얼마 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전 주민을 대상으로 승용차 요일제 등록신청을 받았다.
워낙 갑작스럽게 권유를 받은 터라 다음 기회에 하겠다며 신청을 피했다.
그런데 며칠 지난 후 차에 요일제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은 요즘 각 구청에서 서울시의 포상금을 노린 실적 경쟁이 치열하다는 동료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과연 승용차 요일제라는 것이 이렇게 요란하게 추진할 만큼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승용차 요일제는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 사이에 하루를 선택해 운전자 스스로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는 제도로,자동차 연료사용 절감과 환경개선을 위해 2003년 7월부터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다.
현재 요일제 등록차량이 당초 목표인 100만대를 훨씬 넘는 만큼,이 제도가 효과가 있다면 교통 통행량이나 통행속도에서 뭔가 변화가 있어야 마땅하지만 그런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시 교통국의 자료에 의하면 2003년과 2004년 서울시 평균 통행속도는 시간당 22.4km로 요일제 시행 전인 2002년의 22.5km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다.
이를 요일별로 살펴보아도 마찬가지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요일별 등록차량을 보면 월요일을 쉬는 날로 신청한 차량이 다른 요일에 비해 약 20만대 많고,그 다음으로 수ㆍ화ㆍ금ㆍ목요일 순으로 신청자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월요일이나 수요일 통행속도의 개선이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비해 커졌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조사한 2004년 월별 차량통행속도를 보면 요일별 통행속도 변화 추이에 별 차이가 없었고,목요일의 경우 오히려 시일이 지날수록 다른 요일보다 통행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승용차 요일제를 추진하는 측이나 이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참여 인센티브가 약하고 시민들의 양심적인 요일 준수에만 기대고 있다는 점이 이 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한 단계 높아진 당근과 채찍으로 운행을 쉬어야 하는 요일을 잘 지키도록 하면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에는 연료나 수리 등에 드는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간낭비 및 정신적 스트레스 비용도 포함된다.
둘 중 어떤 비용이든 줄어들면 운전자의 자동차 운행시간은 증가한다.
문제는 승용차 요일제나 10부제 같은 제도가 후자의 자동차 운행 비용을 줄임으로써 자동차의 운행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쉬는 차가 많아져서 통행량이 줄어들면,평소 월요일에는 교통체증 때문에 차를 가지고 나올 엄두를 못 내던 사람들이 운행을 시작할 것이다.
답답한 도로 사정 때문에 승용차 구입을 머뭇거리던 사람들까지 새로 자동차를 사서 합세하면 교통체증은 금세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정부는 승용차 요일제를 5개 광역시로 확대하고 필요하다면 의무제로 운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의무제 하에서 미준수 차량을 규제하려면 우선 생계를 위해 차량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가려내야 하고 이들에게 부여되는 면제권이 암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도록 단속해야 하는데,이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요일제 참여자에게 줘야 하는 인센티브까지 더하면 요일제의 효과적인 시행에는 꽤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따라서 요일제의 확대 실시 이전에 그로부터 얻을 편익을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일단 현재의 평균 통행속도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요일제의 효과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것이 참여자들의 '양심불량' 때문인지 아니면 빗나간 인센티브 때문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